알맞은 보관 온도  12~15℃견딜 수 있는 범위  10~17℃알맞은 습도  85~90%냉해가 시작되는 선  9~10℃ 아래

10월은 햇고구마가 상자째 들어오는 달이다. 한 번에 몇 킬로그램씩 들이니 어딘가에 두긴 둬야 하는데, 냉장고 채소칸이나 베란다 구석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문제는 고구마가 그 두 자리를 다 싫어한다는 것이다. 몇 주 뒤 속이 거뭇해지거나 껍질에 물러진 자국이 생겼다면 대개 둔 자리와 담은 방식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흔히 하는 네 가지 — 냉장고, 씻기, 비닐봉지, 베란다

가을 오후 햇살이 드는 다용도실 나무 선반 위에 종이에 하나씩 싼 고구마가 담긴 종이 상자와 흙을 털어 낸 고구마 두 개, 면 행주가 놓인 수채화 일러스트

상자를 열면 손이 먼저 가는 순서가 있다. 흙이 묻어 있으니 한 번 씻고, 물기가 남은 채로 비닐봉지에 나눠 담고, 일부는 냉장고 채소칸에, 나머지는 베란다 구석에 상자째 내놓는다. 깔끔하고 빠르다. 하루 이틀 먹을 양이라면 이래도 별 탈이 없다.

걸리는 건 몇 주를 두고 먹을 때다. 고구마는 감자나 양파보다 따뜻한 쪽을 좋아하는 뿌리다. 위의 네 동작은 하나같이 고구마를 차게 하거나 축축하게 만든다. 하나만 해도 보관 기간이 줄고, 두세 개가 겹치면 보름을 못 넘기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하나씩 따로 본다. 무엇이 고구마에 안 맞는지 알면 고칠 곳은 의외로 적다.

고구마는 차가운 곳도, 젖은 채로 갇힌 곳도 싫어한다.

왜 안 맞을까 — 고구마는 9~10℃ 아래에서 상하기 시작한다

고구마를 오래 두기에 알맞은 온도는 12~15℃다. 버틸 수 있는 범위를 넓게 잡아도 10~17℃ 안이다. 이 선보다 내려가면 냉해를 입는다. 품종과 상태에 따라 9~10℃ 언저리부터 탈이 나고, 0℃에 하루만 두어도 피해가 생긴다. 냉장실은 이 선보다 훨씬 차다. 채소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냉해를 입은 고구마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속이 먼저 변한다. 자르면 심 쪽이 거뭇하고, 익혀도 단맛이 덜하고 식감이 퍽퍽하다. 꺼낸 뒤 실온에 두면 오히려 더 빨리 무른다. 차게 둔 기간이 길수록 되돌릴 방법이 없다.

씻는 것도 비슷하게 탈을 부른다. 껍질에 남은 물기는 곰팡이와 무름이 시작하기 좋은 자리다. 여기에 비닐봉지로 입구를 묶으면 고구마가 내쉬는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봉지 안쪽에 맺힌다. 고구마는 습도 85~90%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촉촉한 공기와 물방울이 맺힌 껍질은 다른 이야기다.

베란다는 10월 초까지는 괜찮아 보인다. 낮에는 따뜻하고 그늘도 진다. 하지만 10월 말로 갈수록 새벽 기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날이 늘고, 바깥과 맞닿은 바닥은 그보다 더 차다. 상자째 둔 고구마는 그 새벽을 고스란히 겪는다.

냉장실은 고구마에게 너무 차고, 늦가을 베란다 바닥은 새벽마다 그 선 아래로 내려간다.

바꾼 방식 — 흙만 털고, 종이에 싸고, 실내 서늘한 곳에

늦가을 새벽 서리가 낀 아파트 베란다 바닥에 고구마가 담긴 대나무 바구니가 놓여 있고 유리창 안쪽 거실에는 따뜻한 조명이 켜진 수채화 일러스트

사 온 날 할 일은 흙을 손으로 가볍게 털어 내는 것까지다. 물로 씻지 않는다. 씻는 건 먹기 직전에 먹을 만큼만 한다. 흙이 조금 남아 있는 편이 껍질을 지키는 데 낫다.

다음은 고르기다. 캐거나 옮기면서 껍질이 벗겨지거나 끝이 부러진 고구마가 꼭 섞여 있다. 농가에서는 수확 뒤 30~33℃, 습도 90~95%에서 며칠 두어 상처를 아물게 하는데, 집에서는 그 조건을 만들기 어렵다. 상처 난 것은 따로 빼서 먼저 먹는다. 성한 것 사이에 섞어 두면 상한 자리가 옆으로 번진다.

성한 고구마는 신문지나 종이봉투로 하나씩, 혹은 두세 개씩 느슨하게 싸서 종이 상자에 세우듯 담는다. 종이가 겉의 물기를 받아 주고, 고구마끼리 맞닿는 자리도 줄여 준다. 상자 뚜껑은 꽉 닫지 말고 조금 열어 둔다.

자리는 실내에서 햇빛이 들지 않고 바람이 통하는 곳이 맞다. 보일러가 돌지 않는 방의 붙박이장 아래, 다용도실 선반, 현관 안쪽 신발장 옆 같은 곳이다. 가스레인지 옆이나 보일러 배관이 지나는 벽 쪽처럼 더운 자리는 피한다. 17℃를 넘는 곳에 오래 두면 싹이 나고 쭈글쭈글해진다.

씻는 건 먹기 직전에, 상처 난 건 먼저 먹고, 나머지는 종이에 싸서 실내로.

해 보면 달라지는 것

차이는 3~4주쯤 지나서 보인다. 냉장고에 넣었던 고구마는 이 무렵 자르면 속이 얼룩덜룩하기 쉽다. 종이에 싸서 실내에 둔 쪽은 단면이 고르고, 익혔을 때 단맛도 그대로다. 버리는 개수가 줄어드는 게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관리할 일도 많지 않다. 일주일에 한 번 상자를 열어 손으로 한 바퀴 만져 보면 된다. 눌렀을 때 물컹한 것, 껍질에 하얀 곰팡이가 앉은 것, 싸 둔 종이가 축축한 것을 골라낸다. 종이가 젖었으면 새 종이로 갈아 준다.

이미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면 지금 꺼내서 먼저 먹을 쪽으로 돌린다. 다시 실온에 오래 두는 것보다 며칠 안에 익혀 먹는 편이 낫다. 남은 상자분만 위 방식대로 옮기면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상자를 열어 무른 것과 젖은 종이만 골라내면 된다.

정리하면

  • 고구마는 12~15℃에 두는 게 가장 좋다. 냉장고는 너무 차서 속이 거뭇해지고 단맛이 빠진다.
  • 사 온 날 씻지 않는다. 흙만 털고, 씻는 건 먹기 직전에 먹을 만큼만.
  • 비닐봉지로 묶지 말고 종이에 싸서 뚜껑을 조금 연 종이 상자에 담는다.
  • 10월 말부터는 베란다 바닥이 새벽마다 차가워진다. 실내의 서늘하고 그늘진 곳으로 옮긴다.
  • 상처 난 고구마는 따로 빼서 먼저 먹고, 일주일에 한 번 무른 것과 젖은 종이를 골라낸다.

고구마는 한 번 자리를 잡아 주면 손이 덜 가는 식재료다. 상자를 들인 오늘, 냉장고 대신 종이와 그늘진 선반을 먼저 떠올리면 겨울 초입까지 넉넉히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