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교체  매일물통·진동자 세척  이틀마다분출구·중성세제 세척  주 1회겨울 실내 습도  40~50%

아침저녁 공기가 달라졌다. 입술이 먼저 알고, 빨래가 한나절 만에 바싹 마르는 걸 보고 또 안다. 이맘때 베란다 수납장이나 옷장 위에서 가습기를 꺼내는 집이 많다. 그런데 반년 가까이 상자 속에 있던 기계에 바로 물을 붓고 전원을 누르면, 그 안에 남아 있던 물때도 같이 돌기 시작한다.

이 목록은 가습기를 다시 켜는 첫날에 꺼낸다

가을 창가 선반 위에 뚜껑을 연 흰 가습기 본체와 분리한 물통, 솔과 마른 수건이 놓인 수채화 일러스트

가습기는 계절 가전이다. 봄 끝에 넣고 가을 끝에 꺼낸다. 그 사이 대여섯 달을 물기 한 점 없이 보냈으면 다행이지만, 마지막 날 물통을 대충 비우고 넣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물통 모서리와 진동자 둘레에 하얀 물때나 분홍빛 얼룩이 남아 있기 쉽다.

그래서 목록을 두 덩어리로 나눴다. 하나는 꺼낸 날 한 번만 보는 것, 다른 하나는 켜고 나서 겨울 내내 돌리는 주기다. 첫 덩어리는 삼십 분이면 끝난다. 둘째 덩어리는 한 번 몸에 붙이면 따로 신경 쓸 일이 거의 없다.

초음파식이든 가열식이든 복합식이든 순서는 같다. 모델마다 분해되는 부품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설명서가 남아 있다면 옆에 펴 두고 시작하면 편하다.

꺼낸 날 한 번, 켠 뒤로는 주기대로. 목록은 이 두 덩어리다.

꺼낸 날 보는 곳 — 전원선, 필터, 그리고 물이 닿던 자리

물보다 전원선이 먼저다. 상자에 접어 넣으며 꺾였던 자리에 피복이 갈라지거나 속선이 비치는 곳이 없는지 손으로 훑어 본다. 플러그 날에 녹이나 그을음이 있어도 쓰지 않는다. 물을 다루는 기계라 여기서 타협할 이유가 없다.

기화식이나 복합식이라면 필터를 꺼내 본다. 딱딱하게 굳었거나 누렇게 변했거나 냄새가 나면 씻어서 되살릴 단계가 지났다. 교체 주기는 제품마다 다르니 설명서에 적힌 기준을 따른다. 필터 없이 쓰는 초음파식은 이 줄을 건너뛴다.

그다음이 물이 닿던 자리 전부다. 물통 안쪽, 물통 뚜껑의 마개, 본체에서 물이 고이는 수조, 초음파식이라면 바닥의 둥근 진동자, 그리고 수증기가 올라가는 분무관과 분출구까지. 첫날은 이 모두를 중성세제로 한 번 씻고 깨끗한 물로 세 번 이상 헹군다. 세제가 남은 채로 틀면 거품이 끼고 냄새가 난다.

하얗게 굳은 물때는 세제로 잘 안 빠진다. 구연산을 푼 물에 부품을 한동안 담갔다가 부드러운 솔로 문지르면 떨어진다. 진동자는 긁으면 망가지니 솔 대신 부드러운 천으로 닦는다. 다 씻은 부품은 완전히 말린 뒤 조립한다.

물통에는 물만 넣는다. 향이든 첨가제든 제조사가 허락하지 않은 것은 넣지 않는다.

켜고 나서의 주기 — 매일, 이틀, 일주일

가을 저녁 거실의 낮은 원목 협탁 위에서 흰 가습기가 옅은 수증기를 내뿜고 벽에 둥근 온습도계가 걸린 수채화 일러스트

첫날만 잘 닦고 끝내면 보름 안에 원래대로 돌아간다. 가습기는 고인 물을 쓰는 기계라, 청소보다 물을 얼마나 자주 가느냐가 상태를 정한다. 주기는 세 칸으로 나눠 두면 헷갈리지 않는다.

매일 할 일은 물 갈기 하나다. 남은 물을 버리고, 물통에 새 물을 5분의 1쯤 부어 뚜껑을 닫고 흔든 다음 쏟아 낸다. 이걸 두 번 이상 하고 나서 새 물을 채운다. 어제 물에 오늘 물을 붓는 보충은 교체가 아니다.

이틀마다는 물통과 진동자를 닦는다. 물통 안쪽을 솔로 한 바퀴 돌리고, 진동자는 부드러운 천으로 훑는다. 수조에 미끈한 막이 느껴지면 이 주기가 밀린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중성세제로 부품 전체를 씻고, 분무관과 분출구도 이때 같이 닦는다. 헹굼은 세 번 이상. 씻은 부품을 바로 끼우지 말고 물기가 빠질 때까지 세워 둔다.

물을 채우는 게 아니라 갈아야 한다. 보충은 교체가 아니다.

다 했을 때의 상태

목록을 다 돌았다면 확인은 손과 코로 한다. 물통 안쪽을 손가락으로 훑었을 때 미끈거리지 않는다. 진동자 둘레에 하얀 테가 없다. 전원을 켜고 분출구 가까이에서 맡았을 때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셋 다 맞으면 통과다.

마지막으로 방에 온습도계를 하나 둔다. 가습기의 목표는 최대치가 아니라 적정치다. 겨울 실내는 습도 40~50%, 온도 18~20도가 기준이다. 숫자가 60%를 넘기 시작하면 창에 물이 맺히고 벽 모서리가 눅눅해진다. 그때는 세기를 낮추거나 잠시 끄고 환기를 한다.

놓는 자리도 한 번 보고 간다. 수증기가 사람 얼굴이나 이불 쪽으로 곧장 가지 않게, 벽과 가구에 바짝 붙지 않게 방 가운데 쪽으로 틀어 둔다. 바닥에 물이 떨어지는 자리라면 받침을 깐다. 여기까지 해 두면 올겨울 가습기는 따로 챙길 게 거의 없다.

정리하면

  • 꺼낸 날은 전원선·플러그부터 보고, 필터는 굳거나 변색됐으면 설명서 기준대로 바꾼다.
  • 첫 물을 붓기 전에 물이 닿던 부품을 전부 중성세제로 씻고 세 번 이상 헹군 뒤 말려서 조립한다.
  • 물은 매일 간다. 물통에 새 물을 조금 넣어 흔들어 헹구기를 두 번 이상 하고 채운다.
  • 물통·진동자는 이틀마다, 분무관·분출구를 포함한 전체 세척은 일주일에 한 번.
  • 온습도계를 두고 겨울 실내 습도 40~50%에 맞춘다. 60%를 넘기면 세기를 낮춘다.

가습기는 꺼내는 날 삼십 분이 겨울 석 달을 좌우한다. 물을 붓기 전에 이 목록부터 한 바퀴 돌려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