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려 둔 세포가 남아 있으면 그 종은 죽은 걸까 — 왕립연구소 멸종 강연 42분, 세 토막으로 끊어 보기
The problem with de-extinction | with Sadiah Qureshi · The Royal Institution
영국 왕립연구소가 이달에 올린 강연 영상은 42분 45초입니다. 재생 버튼 앞에서 한 번 망설이게 되는 길이인데, 열어 보면 안이 세 덩어리로 꽤 반듯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앞의 19분은 멸종이라는 생각 자체가 언제 생겼는지를 따라가고, 가운데 10분은 세포를 얼려 두는 기술을 다루고, 뒤의 13분은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묻습니다. 앞부터 순서대로 볼 필요가 없으니 궁금한 쪽부터 열면 됩니다.
42분이 세 덩어리로 갈라집니다
먼저 지도를 펴 두겠습니다. 아래 시간은 제가 임의로 나눈 게 아니라 왕립연구소가 영상 설명란에 적어 둔 구간 그대로입니다. 재생바에도 같은 칸으로 표시되니 손가락으로 끌어 옮기기 편합니다. 구간은 모두 18개인데, 내용으로 묶으면 세 덩어리가 됩니다.
0:00~19:30 역사 — 멸종이라는 생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따라갑니다. 0:00 도입, 1:25 아무도 멸종을 믿지 않던 시절, 2:38 퀴비에와 매머드, 3:54 네안데르탈 뼈와 깊은 시간, 6:58 그 발견이 남긴 편견, 8:04 큰바다쇠오리, 10:01 앨프리드 뉴턴과 야생동물 보호의 시작, 12:05 들소, 14:47 여행비둘기와 마사, 18:36 객석에 던지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19:30~29:22 기술 — 세포를 얼려 두는 쪽으로 넘어갑니다. 19:30 냉동 방주와 냉동보존의 등장, 23:22 복제된 피레네아이벡스, 26:02 얼어 있는 세포를 죽은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이 차례로 나옵니다.
29:22~42:45 논쟁 — 29:22 탈멸종에 반대하는 논거, 32:01 매머드와 다이어울프 이야기, 33:49 정책으로 들어간 탈멸종, 34:43 우리가 짓고 있는 미래, 41:02 마무리입니다.
한 가지 미리 알아 두면 덜 헤맵니다. 강연 제목에 탈멸종이 걸려 있지만 그 말이 처음 나오는 건 19분이 지나서입니다. 앞의 19분은 통째로 역사 강의에 가깝습니다. 되살리는 기술 이야기만 보고 싶으면 19분 30초로 바로 건너뛰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19분 30초와 29분 22초. 이 두 숫자만 기억하면 원하는 덩어리로 바로 건너뜁니다.
앞의 19분 — 멸종이라는 생각은 생각보다 젊습니다

1분 25초부터가 이 구간의 전제입니다. 18세기 후반까지 유럽과 미국의 박물학자들은 종이 아예 사라질 수 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종은 창조된 그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었고, 무언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건 자연에 흠집이 났다고 말하는 셈이라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어떤 동물이 안 보이면 멸종했다기보다 아직 못 찾은 곳에 살아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2분 38초의 퀴비에가 그 벽을 넘습니다. 매머드의 턱과 이빨을 아시아코끼리·아프리카코끼리와 나란히 놓고 비교해, 셋이 서로 다른 종이며 그중 매머드는 이미 사라진 종이라고 정리합니다. 뼈를 맞대어 보는 작업 하나로 지구에 지금은 없는 동물들이 살던 시절이 있었다는 그림이 열렸습니다.
3분 54초부터는 사람 차례입니다. 1856년 독일 네안더 계곡 위쪽 동굴에서 머리뼈 조각과 넓적다리뼈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쓰레기로 버려졌다가 채석장 주인이 곰 뼈인 줄 알고 챙겨 두었고, 자연사에 관심이 있던 동네 교사에게 보여 주면서 사람 뼈라는 게 드러납니다. 동물이 멸종할 수 있다는 말도 겨우 받아들이던 참에 사람도 그럴 수 있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번지니 논쟁이 길어졌습니다. 6분 58초부터는 그 해석이 당대의 편견과 어떻게 얽혔는지를 짚는데, 영상에서 가장 무거운 대목입니다.
8분 4초의 큰바다쇠오리가 이 구간의 전환점입니다. 북대서양에 살던 날지 못하는 바닷새인데, 펭귄을 닮았지만 실제로는 바다오리 쪽에 가깝습니다. 깃털과 고기, 기름을 얻으려는 사냥으로 수가 줄었고, 줄어들수록 값이 올라가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가죽 한 장과 알 하나에 수집가들이 큰돈을 냈습니다. 마지막 한 쌍은 1844년 아이슬란드 앞바다의 작은 바위섬에서 수집가의 의뢰를 받은 사람들 손에 잡혔습니다. 남아 있던 알 하나도 그 자리에서 깨졌습니다.
10분 1초의 앨프리드 뉴턴은 살아 있는 큰바다쇠오리를 보겠다고 1858년에 배를 탄 사람입니다. 두 달을 돌아다니고도 새는 못 보고 섬 주민들의 증언만 잔뜩 적어 돌아옵니다. 그 실패가 그의 생각을 바꿉니다. 널리 퍼져 살던 새도 사람 손에 이렇게 빨리 사라질 수 있다면, 멸종은 먼 옛날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과정입니다. 진행 중이라면 멈춰 세울 수도 있습니다. 1869년 영국의 첫 바닷새 보호 입법에 그가 손을 보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2분 5초의 들소와 14분 47초의 여행비둘기는 같은 시기의 서로 다른 결말입니다. 북아메리카 들소는 수천만 마리에서 수백 마리까지 내려갔다가 옐로스톤을 마지막 피난처로 삼아 겨우 살아났습니다. 여행비둘기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한 번 날면 사흘이 걸려야 다 지나갈 만큼 큰 무리를 짓던 새인데, 반세기 만에 기억 속으로만 남았습니다.
17분 25초 언저리의 마사 이야기는 몇 번을 들어도 마음이 불편합니다. 신시내티 동물원에 남은 마지막 한 마리가 마사였고, 같이 살던 수컷은 1910년에 먼저 죽었습니다. 마사가 죽은 건 1914년 9월 1일입니다. 스물아홉 살로 추정합니다. 사람들은 그 몸을 얼음 덩어리 속에 얼려 기차에 실어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으로 보냈습니다. 마지막 한 마리를 두고 조류학자들이 새장 앞까지 찾아오던 장면과, 그 몸을 얼려 박물관으로 보낸 장면이 이어 붙는 지점이 이 강연의 첫 번째 매듭입니다.
18분 36초에서 강연자가 객석에 묻습니다. 되살릴 수 있다면 어떤 종을 되살리겠습니까. 손을 든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19분 30초부터 — 냉동 방주, 그리고 몇 분 만에 숨이 멎은 새끼

19분 30초에서 이야기가 실험실로 옮겨 갑니다. 출발점은 1949년입니다. 살아 있는 조직에 글리세롤을 섞으면 얼릴 때 얼음 결정이 세포를 찢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냉동실에 오이를 넣었다 꺼내면 흐물흐물해지는 그 일이 조직에서는 안 일어나게 된 겁니다. 이 요령이 축산으로 먼저 갔습니다. 얼린 정액으로 태어난 첫 송아지가 1953년에 나왔고, 이름이 프로스티였습니다.
보전 쪽에서도 곧 같은 생각을 합니다. 샌디에이고의 냉동 동물원은 1975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동물이 들어오거나, 수술을 받거나, 새끼를 낳거나, 죽을 때마다 세포를 받아 유리병에 넣고 액체질소에 담급니다. 지금은 세포주가 1만 1,500개를 넘고 종과 아종을 합쳐 1,300가지가 넘습니다. 보관 온도는 화씨 영하 320도, 섭씨로는 영하 196도쯤입니다. 시작한 사람은 이걸 어디에 쓸지 몰랐습니다. 다만 쓸 데가 생길 테니 지금 모아 두라고 했습니다.
23분 22초의 피레네아이벡스가 그 말이 현실이 된 사례입니다. 스페인 산악지대에 살던 야생 염소인데 사냥으로 수가 줄어 1999년에는 한 마리만 남았습니다. 이름이 셀리아였고, 그 해에 귀에서 조직을 떼어 얼려 두었습니다. 셀리아는 2000년에 죽었습니다.
복제 과정의 숫자는 강연에 나온 그대로입니다. 집염소의 난자에서 핵을 빼고 셀리아의 세포에서 얻은 핵을 넣어 배아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배아 208개를 대리모에 옮겨 임신 7건이 성립했고, 끝까지 간 건 한 마리였습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새끼는 2.6킬로그램, 겉으로는 멀쩡했습니다. 그런데 숨을 쉬지 못했습니다. 연구진이 붙들고 애를 썼지만 몇 분 만에 죽었고, 부검에서 폐에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26분 2초부터가 이 구간에서 제일 날카롭습니다. 그 새끼를 두고 세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한 종이 두 번 멸종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사라진 종이 하던 생태적 역할을 전혀 못 했으니 애초에 되살린 적이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조금 얄궂은 해석이 있습니다. 세포가 얼어 있었으니 이 종은 멸종한 적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마지막 개체가 죽었다는 데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때 그 종을 멸종으로 선언합니다. 그렇다면 액체질소 안의 세포는 죽은 걸까요. 탈멸종을 밀고 가는 쪽에서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죽음이 아니라 잠시 멈춘 상태라는 겁니다. 이건 말장난이 아닙니다. 이 정의를 받아들이는 순간 언제 한 종을 잃었다고 선언할지, 무엇을 지켜야 할지가 통째로 흔들립니다.
배아 208개, 임신 7건, 태어난 새끼 한 마리, 그리고 몇 분. 복제로 되살린다는 말의 실제 크기가 이 숫자들 안에 있습니다.
29분 22초부터 — 되살릴 수 있다면 지킬 이유는 남을까
29분 22초부터는 반대쪽 논거가 차곡차곡 나옵니다. 지금까지 많은 보전 활동을 밀어 온 힘은 한번 잃으면 끝이라는 감각이었습니다. 그 감각이 사라지면, 그러니까 나중에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지금 살아 있는 종을 지킬 이유가 약해집니다. 비용 문제도 나옵니다. 유전체를 읽는 값은 싸졌지만 한 종을 되살리는 데 드는 돈은 여전히 큽니다. 그 돈이 서식지를 지키는 쪽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걱정입니다.
돈이 어디서 오느냐는 물음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탈멸종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 연구비가 민간 기부에서 오고, 그 기부자들은 애초에 전통적인 보전 사업에는 돈을 내지 않았을 사람들이라고 답합니다. 강연자는 그 답이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소수의 큰 기부자가 어떤 종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지 고르게 되는 구조라면, 그 선택이 무슨 자격으로 이뤄지는지는 따져야 한다고 합니다.
32분 1초의 다이어울프 대목은 요 몇 해 동안 뉴스로 많이 본 이야기입니다. 2025년 4월, 한 생명공학 회사가 1만 년 전에 사라진 다이어울프를 되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한 일은 회색늑대의 유전자 스무 군데를 편집해 다이어울프의 특징으로 알려진 형질이 나타나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고대 DNA를 통째로 옮겨 심은 게 아닙니다. 여러 과학자가 그건 다이어울프가 아니라 손본 회색늑대라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같은 과학자들도 이 유전자 편집 기술 자체는 멸종위기종을 돕는 데 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33분 49초는 그 기술이 이미 제도 안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2025년 10월 아부다비 총회에서 합성생물학에 관한 첫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유전자를 손본 생물을 야생에 풀지 못하게 하는 유예안 대신, 사례마다 따로 심사하고 감시하는 쪽을 골랐습니다. 가능성으로만 이야기되던 일이 몇 년 사이에 심사 대상이 된 셈입니다.
34분 43초부터 끝까지는 강연자의 결론입니다. 얼린 세포가 멸종을 미뤄 준다면 종을 잃는다는 말의 뜻이 바뀌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책임도 같이 가벼워집니다. 물음도 달라집니다. 되살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죽기 전에 지킬 마음이 그래도 남아 있느냐를 묻게 됩니다. 생물다양성 문제는 유전 정보를 더 잘 다뤄서 풀리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것들과의 관계를 바꿔야 풀린다는 말로 넘어갑니다.
41분 2초의 마지막 2분은 분위기가 조용해집니다. 십수 년 전 뉴펀들랜드의 보호구역에서 퍼핀과 바다제비, 세가락갈매기로 하늘이 가득 찼던 장면을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많은 새를 그 뒤로는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강연 전체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여기 있습니다. 되살리는 기술을 배우기 전에, 잃기 전에 붙잡는 법을 먼저 배우자는 것입니다.
물음이 바뀝니다. 되살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되살릴 수 있어도 죽기 전에 지킬 마음이 남느냐입니다.
영상에서 볼 만한 곳
- 8분 4초 — 큰바다쇠오리. 드물어질수록 값이 올라 마지막 한 쌍까지 잡혀 간 과정이 6분 안에 정리됩니다.
- 14분 47초 — 여행비둘기와 마사. 사흘이 걸려야 지나가던 무리가 반세기 만에 한 마리로 줄어든 이야기입니다.
- 23분 22초 — 복제된 피레네아이벡스. 배아 208개에서 새끼 한 마리가 나와 몇 분 만에 죽은 실험입니다. 시간이 10분뿐이라면 여기만 보면 됩니다.
- 26분 2초 — 얼어 있는 세포는 죽은 것인가. 멸종의 정의를 흔드는 대목이라 이 강연의 핵심입니다.
- 33분 49초 — 국제자연보전연맹의 2025년 결정. 탈멸종이 가능성에서 제도로 넘어온 지점입니다.
42분을 다 보고 나면 제목의 문장이 다르게 읽힙니다. 탈멸종의 문제는 기술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아니라, 된다고 믿기 시작한 뒤에 우리가 무엇을 덜 지키게 되느냐 쪽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