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estones & History of the LHC · CERN

첫 양성자 빔  2008년 9월 10일 오전 10시 28분둘레  26,659m최고 충돌 에너지  13.6 TeV운전 종료  2026년 6월 29일다음 가동  2030년 · 고광도 LHC

CERN 유튜브에 3분 17초짜리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오래된 기록 화면만 이어 붙였고 설명은 거의 없다. 그런데 올라온 날짜가 6월 29일, LHC가 마지막 빔을 돌리고 스위치를 내린 바로 그날이다. 화면을 스쳐 가는 연도와 숫자가 꽤 많아서, 나오는 순서대로 기록과 맞춰 봤다.

시작점으로 1984년 3월을 짚는데, 승인은 거기서 10년이 더 걸렸다

수채화로 그린 지하 터널, 둥글게 휘어진 통로를 따라 굵은 배관이 끝없이 이어진다

영상은 인터뷰 한 토막으로 시작한다. LHC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1984년 3월에 열린 긴 워크숍이었다는 말이다. 그 회의는 CERN과 유럽미래가속기위원회가 스위스 로잔에서 3월 21일부터 27일까지 함께 연 자리였고, 제목이 그대로 'LEP 터널 안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였다. 제목에 결론이 다 들어 있다. 새 터널을 파자는 얘기가 아니라, 그때 막 파기로 한 터널을 한 번 더 쓰자는 얘기였다.

바로 뒤에는 낡은 화면에서 누군가 이사회의 결정을 기다린다고 말한다. 프로젝트를 밀어줄지, 어떤 조건을 달지 정하는 건 이사회 몫이라는 대목이다. 그 결정이 실제로 나온 날은 1994년 12월 16일이다. 로잔에서 이름이 붙고 열 해가 지나서였다.

승인 조건도 헐겁지 않았다. 예산을 늘리지 않고 두 단계로 나눠 짓는다는 단서가 붙었다. 거기서 다시 14년이 지나 첫 빔이 돌았으니, 구상이 나온 해와 기계가 움직인 해 사이가 스물네 해다.

그래서 '킥오프'라는 말은 조금 걸러 들어야 한다. 1984년은 구상이 이름을 얻은 해지 사업이 굴러가기 시작한 해가 아니다. 그사이에 1985년 장기계획위원회가 유럽에 1 TeV급 기계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 단계가 하나 더 끼어 있다.

1984년은 구상이 이름을 얻은 해다. 사업으로 확정된 날은 1994년 12월 16일이다.

27km라고 말하지만 실제 둘레는 26,659m다

40초쯤에 나오는 인터뷰가 이 기계의 내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27km짜리 터널을 뚫어 전자와 양전자를 부딪히는 LEP를 넣고, 언젠가는 거기에 양성자 충돌기를 넣어 훨씬 높은 에너지로 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의 LHC가 그 '언젠가'다.

터널은 1985년 2월에 굴착기 세 대가 들어가 3년 만에 뚫렸다. LEP는 1989년 7월 14일에 첫 빔을 돌렸고 2000년 11월 2일에 문을 닫았다. 기계만 걷어내고 자리는 그대로 물려준 셈이다.

27km는 말하기 편한 숫자다. 공식 수치는 26,659m다. 그 안에 길이 15m짜리 쌍극 전자석 1232개가 줄지어 빔을 휘게 하고, 자석은 영하 271.3도에서 버틴다. 우주 공간보다 차갑다는 비교가 과장이 아니다.

터널을 물려받아 아낀 건 돈만이 아니다. 부지도, 지질 조사도, 지상 시설도 이미 있었다. 1984년 회의 제목이 왜 그렇게 붙었는지는 이 대목에서 분명해진다.

그 인터뷰에서 '언젠가'라고 말한 양성자 충돌기가 지금의 LHC다.

'열흘 뒤 사고'라고 하는데 달력으로는 9일이다

수채화로 그린 조용한 제어실, 사람 없이 늘어선 책상 위에서 모니터 불빛만 은은하게 번진다

1분 29초에 박수와 환호가 터진다. 첫 양성자 빔이 들어가는 장면이다. 날짜는 2008년 9월 10일, 시각은 오전 10시 28분이다.

곧바로 내레이션이 '열흘 뒤'라며 사고를 설명한다. 실제 날짜는 9월 19일이니 달력으로는 9일째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이 기계가 첫 빔을 넣고 열흘을 못 채웠다는 사실이 그 반올림 안에 가려진다.

사고는 빔을 넣지 않은 상태에서 났다. 여덟 구역 중 3-4구역을 5 TeV 운전에 맞춰 자석 전류를 올리던 중이었고, 자석과 자석을 잇는 전기 접속부가 큰 전류를 못 버티고 녹았다. 초전도 상태가 깨지면서 헬륨이 터널로 쏟아졌다.

그 구역에서 자석 53개를 꺼냈다. 손상이 적은 16개는 손봐서 도로 넣었고 나머지 37개는 예비품으로 갈아 끼웠다. 다친 사람은 없었다. 빔이 다시 돈 건 2009년 11월 20일, 7 TeV 충돌은 2010년 3월 30일이다. 그 뒤로 CERN은 접속부 저항을 나노옴 단위까지 재는 방법을 갖춰 뒀다.

첫 빔에서 사고까지 9일, 다시 빔을 돌리기까지 14개월이 걸렸다.

2012년에 '2년 뒤 13 TeV'라고 했고, 실제로는 세 해가 걸렸다

2분 18초에 '우리는 발견을 했다'는 말이 나온다. 2012년 7월 4일, ATLAS와 CMS가 125~126 GeV 부근에서 새 입자를 봤다고 발표한 그날이다. 뒤이어 붙은 인터뷰는 이 입자가 보통 입자와 다르다고, 우주의 짜임새를 건드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같은 인터뷰가 다음 일정도 말한다. 올해 말까지 계속 보고 2년 뒤 13 TeV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대목이다. 에너지는 정확히 맞혔다. 시점은 밀렸다. 13 TeV로 물리 데이터를 받기 시작한 건 2015년 6월 3일이고, 그전까지 스물일곱 달을 쉬었다.

그 뒤 기록은 이렇다. 2022년 세 번째 운전에 들어가면서 13.6 TeV까지 올렸다.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 가장 높은 충돌 에너지다. 이 기간에 새로 확인된 하드론만 85종이 넘는다.

그리고 2026년 6월 29일, LHC는 마지막으로 스위치를 내렸다. 이 영상이 올라온 날짜가 바로 그날이다. 2030년까지 이어지는 세 번째 장기 정지 기간에 자석과 부품을 1.2km 길이만큼 들어내 새것으로 바꾸고 ATLAS와 CMS도 통째로 손본다. 다른 가속기들은 2028년부터 차례로 깨어나고, 광도를 최대 열 배로 끌어올린 고광도 LHC가 2030년에 빔을 받는다.

에너지는 맞혔고 날짜는 밀렸다. 13.6 TeV까지 간 기계는 2026년 6월 29일에 멈췄다.

영상에서 볼 만한 곳

  • 0:08 — 출발점으로 1984년 3월 워크숍을 짚는다. 사업 승인은 1994년 12월이다
  • 0:40 — 27km 터널 인터뷰. 이때는 LEP 이야기이고 양성자 충돌기는 '언젠가'였다
  • 1:29 — 2008년 9월 10일 첫 양성자 빔. 박수가 터지는 그 장면
  • 1:33 — '열흘 뒤' 사고. 달력으로는 9일 뒤인 9월 19일이다
  • 2:35 — '2년 뒤 13 TeV'. 실제 재개는 2015년 6월이었다

영상은 끝까지 해설을 붙이지 않는다. 힉스 이야기를 하다 그대로 끝난다. 이 연대기의 다음 칸은 2030년에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