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밀어 준 엔진을 떼어 버렸다 — 베피콜롬보 수성 도착 영상, 보고 나면 남는 질문들
BepiColombo says goodbye to its transfer module · European Space Agency, ESA
수성으로 가는 탐사선 베피콜롬보가 9월 3일에 몸의 한 덩어리를 떼어냈다. 8년 동안 탐사선을 밀어 준 수성 전이 모듈이다. 유럽우주국이 그 장면을 3분이 안 되는 영상으로 올렸다. 짧은데 보고 나면 질문이 남는다. 왜 하필 지금 버리는지, 버린 건 어디로 가는지.
엔진을 왜 굳이 떼어 버리나요

베피콜롬보는 세 덩어리가 포개진 채 날아왔다. 유럽우주국이 만든 수성 궤도선 MPO,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가 만든 수성 자기권 탐사선 미오, 그리고 둘을 밀어 준 수성 전이 모듈이다. 이번에 떨어져 나간 게 세 번째 덩어리다.
전이 모듈은 이온 추력기 네 기를 달고 있었다. 제논 가스를 플라스마로 바꿔 아주 약한 힘을 오래 내는 방식이다. 화학 로켓처럼 한 번에 밀지 않고 몇 시간씩, 몇 달씩 꾸준히 민다. 연료를 아끼는 대신 시간을 쓴다. 15미터짜리 태양 날개 두 장이 그 전기를 댔다.
그 엔진은 6월 15일에 마지막 분사를 마치고 꺼졌다. 순항이 거기서 끝났다. 남은 일은 감속인데, 이온 추력기의 여린 힘으로는 수성 중력에 붙잡힐 만큼 속도를 깎지 못한다. 그 일은 MPO 에 실린 화학 추진계가 맡는다.
그러면 전이 모듈은 짐이 된다. 발사 때 4,100킬로그램이었던 탐사선에서 다 쓴 추진 모듈을 덜어내면 감속에 드는 연료가 그만큼 줄어든다. 아까워서 버리지 않는 게 아니라, 버려야 들어간다.
다 쓴 추진 모듈을 떼어내야 남은 연료로 수성에 붙잡힐 수 있다.
떼어낸 모듈은 이제 어디로 가나요
분리는 요란하지 않았다. 전이 모듈은 초속 40센티미터가 채 안 되는 속도로 멀어졌다. 걸어서 따라잡을 만한 속도다. 남은 두 대와 부딪히지 않도록 그렇게 밀어냈다.
전이 모듈에는 지구와 이야기할 안테나가 없다. 자기 컴퓨터도 없다. 그동안 명령은 전부 MPO 를 거쳐 받았다. 떨어져 나온 순간부터 조종할 방법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회수도 폐기도 없다. 소형차만 한 몸체에 15미터 날개를 편 채, 태양을 도는 궤도에 그대로 남는다. 수성으로 떨어지지도 않고 지구 쪽으로 돌아오지도 않는다.
이걸 성공이라고 부르는 게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전이 모듈은 원래 이렇게 끝나도록 만든 부품이다. 목적지 앞까지 밀어 주고, 방해가 되기 전에 비켜 주는 것까지가 설계된 임무다.
안테나도 컴퓨터도 없어 분리된 순간부터 조종할 수 없다. 태양 궤도에 그대로 남는다.
분리가 됐는지는 어떻게 확인했나요
그날 순서는 이랬다. 중부유럽시간으로 낮 12시에 분리 명령이 올라갔고, 오후 2시에 실제로 떨어졌다. 관제실이 확인 신호를 받은 건 오후 3시 49분이다.
시간이 그렇게 벌어진 이유는 거리다. 그때 탐사선은 지구에서 2억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전파가 편도로만 11분 넘게 걸린다. 무엇을 물어도 대답은 22분 뒤에 온다.
그래서 관제실은 분리를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 명령을 미리 올려 두고, 정해진 순서가 그대로 돌아갔기를 기다렸다. 화면에 신호가 뜨는 그 순간이 사실상 유일한 확인이다.
되돌릴 방법도 없다. 분리는 한 번뿐이고 다시 붙일 수 없다. 유럽우주국이 이 하루를 도착 국면의 첫 단계라고 부르는 건 그런 뜻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8년이 걸렸고, 실제로 날아온 거리는 99억 킬로미터다.
지구에서 2억 km. 명령을 보내고 결과를 듣기까지 22분이 기본으로 깔린다.
수성은 왜 그렇게 가기 어렵나요

거리로만 보면 수성은 가깝다. 그런데 가까운 게 문제다. 태양 쪽으로 갈수록 중력이 세게 당기고 탐사선은 저절로 빨라진다. 도착했을 때 너무 빠르면 수성 옆을 스쳐 지날 뿐 붙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수성 궤도에 들어가는 데 드는 에너지가 명왕성까지 날아가는 것보다 크다. 유럽우주국이 이 탐사를 설명할 때 늘 앞세우는 비교다.
속도를 깎는 방법이 플라이바이다. 행성 옆을 스쳐 지나며 그 중력으로 궤도를 바꾸는 방식인데, 베피콜롬보는 이걸 아홉 번 했다. 지구에서 한 번, 금성에서 두 번, 수성에서 여섯 번이다. 마지막 수성 근접 통과는 2025년 1월이었다.
순항이 8년으로 늘어난 게 그 때문이다. 곧장 날아가면 빨리 닿기는 해도 멈추지 못한다.
수성 궤도에 들어가는 데 드는 에너지가 명왕성까지 가는 것보다 크다.
이제 남은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다음 고비는 11월 21일이다. MPO 와 미오가 붙어 있는 채로 수성 궤도에 들어간다. 감속은 MPO 의 화학 추진계가 혼자 해낸다.
두 대가 갈라서는 건 12월 9일과 10일이다. 그때부터 미오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가, MPO 는 유럽우주국이 따로 몬다.
MPO 가 관측용 최종 궤도에 자리를 잡는 건 2027년 3월이고, 본격적인 과학 관측은 4월에 시작한다. 이번 분리에서 관측까지 일곱 달이 더 남은 셈이다.
발사가 2018년 10월이었다. 관측을 시작할 무렵이면 떠난 지 여덟 해 반이 지나 있다.
11월 21일 궤도 진입 → 12월 9~10일 두 대 분리 → 2027년 3월 최종 궤도 → 4월 관측 시작.
탐사선 두 대는 각각 무엇을 보나요
MPO 는 수성 자체를 본다. 표면과 지형, 성분과 내부 구조다. 관측 장비를 열한 개 싣고 있다. 궤도는 480킬로미터에서 1,500킬로미터 사이를 도는 극궤도이고 한 바퀴에 2.3시간쯤 걸린다.
미오는 수성을 둘러싼 자기장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본다. 장비는 다섯 개다. 궤도는 590킬로미터에서 11,640킬로미터까지 훨씬 길게 늘어져 있고 한 바퀴에 9.3시간이 걸린다.
두 대를 같이 보낸 이유가 여기 있다. 가까이 붙어 도는 쪽과 멀리까지 나갔다 오는 쪽이 같은 시각에 서로 다른 자리를 잰다. 그래야 값이 시간에 따라 변한 것인지 자리에 따라 다른 것인지 갈라낼 수 있다.
수성을 도는 데 성공한 탐사선은 지금까지 미국의 메신저 한 대뿐이었다. 두 대가 동시에 도는 건 처음이다.
MPO 는 2.3시간에 한 바퀴, 미오는 9.3시간에 한 바퀴. 궤도를 다르게 잡은 게 핵심이다.
영상에서 볼 만한 곳
- 세 덩어리가 포개진 형태에서 어느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지 — 이걸 먼저 잡아 두면 나머지가 쉽게 읽힌다
- 이온 추력기의 푸른 불빛은 6월에 이미 꺼졌다. 이 영상은 그 뒤의 이야기다
- 멀어지는 속도가 초속 40센티미터도 안 된다는 대목. 우주에서 천천히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힌다
- 남은 두 대가 여전히 붙어 있는 모습. 11월 21일 궤도 진입까지 이 형태로 간다
- 영상이 예고하는 건 도착이 아니라 그 뒤 일곱 달이다
9월 3일에 일어난 일은 새 사진이 도착한 사건이 아니다. 8년을 밀어 준 부품을 놓아준 것뿐이다. 그런데 이 절차가 어긋났다면 11월도 없고 이듬해 4월도 없다. 수성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