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ats fly by the power of jazz hands | A closer look at bat adaptations · Natural History Museum

영상  런던 자연사박물관 · 10분 47초등장 표본  큰관박쥐 · 인도큰박쥐 · 생쥐귀박쥐영국의 박쥐  18종, 그중 17종이 번식큰관박쥐 무게  17~34g지금 박쥐는  짝짓기 · 지방 축적 · 겨울잠 자리 찾기

런던 자연사박물관 유튜브에 박쥐 영상이 하나 있다. 박물관 연구자 스테프 홀트가 알코올 병에 담긴 표본을 하나씩 꺼내 놓고 질문에 답한다. 11분이 채 안 되는데 듣고 나면 박쥐에 대해 알던 몇 가지가 틀려 있다. 마침 10월은 박쥐가 겨울잠 자리를 찾아다니는 달이다.

박쥐는 원래 다 거꾸로 매달려 자나요

해 질 녘 동굴 천장에 작은 박쥐 세 마리가 날개로 몸을 감싸고 거꾸로 매달려 있고 입구 너머로 단풍 숲이 보이는 수채화 일러스트

영상의 첫 질문이 이거다. 답은 바로 나온다. 아니다. 영국에 사는 박쥐 18종 가운데 천장에 매달린 채 공중에 떠 있는 종은 사실상 없다.

대부분은 틈새에 몸을 밀어 넣고 잔다. 나무껍질 틈, 벽 사이, 지붕 밑 같은 좁은 곳이다. 갈색긴귀박쥐는 얼핏 매달린 것처럼 보이는데, 실은 지붕 꼭대기 용마루 구석에 몸을 붙이고 있다.

그나마 매달리는 모습에 가까운 게 관박쥐 무리다. 영상에서 꺼내는 큰관박쥐가 그렇다. 우리말로 관박쥐라고 부르는 그 종이다. 코에 말굽 모양 잎이 붙어 있어 얼굴만 보면 바로 알아본다. 이 종은 날개로 몸을 대충 감싼 채 천장에 매달려 쉰다.

제대로 공중에 매달려 사는 건 큰박쥐 쪽이다. 화면에 나오는 인도큰박쥐는 관박쥐 옆에 두니 덩치가 몇 배다. 인도나 호주에서는 이런 박쥐가 나무에 떼로 매달려 시끄럽게 지낸다.

영국 박쥐 대부분은 매달리지 않고 틈새에 숨어 잔다. 공중에 매달리는 건 큰박쥐 쪽이다.

매달린 채로 잠들면 떨어지지 않나요

여기서 영상이 큰관박쥐 표본의 뒷발을 가까이 보여 준다. 가늘고 작은 발인데, 발가락이 안쪽으로 굽은 채 굳어 있다. 표본이라서가 아니다. 박쥐 발은 힘을 빼면 이 모양이 된다.

사람은 잠들면 손이 저절로 펴진다. 박쥐는 반대다. 힘을 빼면 발이 오므라든다. 그래서 바위나 나무에 난 작은 홈에 발끝을 걸어 두기만 하면, 잠든 동안에도 근육을 쓰지 않고 그대로 걸려 있다.

큰관박쥐는 머리와 몸통을 합쳐 57~71밀리미터, 무게는 17~34그램이다. 서양배 하나만 한 몸을 그 발로 버틴다. 날개를 펴면 35~40센티미터가 된다.

이 종은 영국에서 아주 귀하다. 지금은 잉글랜드 남서부와 웨일스 남부에만 남았고, 지난 100년 사이 개체 수가 90퍼센트 넘게 줄었다. 영상 속 표본은 1961년에 채집한 것으로, 박물관 기준으로는 오래된 축에 들지도 않는다.

사람 손은 힘을 빼면 펴지고, 박쥐 발은 힘을 빼면 오므라든다.

하루에 20시간을 잔다는 게 사실인가요

사실이다. 이유는 날기가 힘들어서다. 포유류가 하늘을 나는 건 에너지로 따지면 손해가 큰 일이다. 새는 앞다리만 날개로 쓰지만 박쥐는 팔, 다리, 꼬리까지 막 하나로 이어 붙여 난다. 몸 전체를 써야 뜬다.

그러니 날개는 꼭 필요할 때만 편다. 먹이를 잡으러 나갈 때다. 그 밖의 시간에는 무리 안에서 잠깐 깨어 서로 소리를 주고받다가 대부분 다시 잠든다. 오래 자는 건 게으른 게 아니라 아끼는 거다.

그렇게 아낀 힘으로 하룻밤에 먹는 양이 꽤 된다. 영국에서 가장 흔한 커먼피피스트렐 한 마리가 하룻밤에 작은 곤충을 3,000마리 넘게 잡는다. 몸무게가 몇 그램밖에 안 되는 동물이다.

몸 전체로 날아야 하니 날 때 말고는 잔다. 오래 자는 건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이다.

왜 하필 밤에만 움직이나요

영국 박쥐는 전부 야행성이다. 다른 대륙에는 낮에 나다니는 박쥐도 있다. 영국 박쥐가 가끔 낮에 보이면 그냥 출출해서일 수도 있지만, 잠자리를 누가 건드렸을 수도 있다. 낮에 박쥐가 날고 있으면 한 번쯤 그 가능성을 떠올려 보면 된다.

밤을 고른 첫째 이유는 천적이다. 낮에는 매 같은 맹금류가 박쥐를 노린다. 밤으로 옮기면 남는 위협은 거의 올빼미뿐이다.

둘째는 먹이다. 영국 박쥐는 곤충만 먹는다. 딱정벌레나 나방처럼 밤에 날아다니는 곤충이 많다. 밤하늘의 곤충 사냥꾼이라는 자리를 박쥐가 맡은 셈이다. 천적은 줄고 먹이는 넉넉하니, 밤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해 준다.

밤으로 옮기면 천적은 올빼미 정도로 줄고, 밤에 나는 곤충을 먹이로 삼는다.

날개가 손이라는 건 무슨 뜻인가요

밤하늘 아래 연못 위를 날개를 활짝 편 작은 박쥐가 날고 있고 날개막 사이로 긴 손가락뼈가 비쳐 보이는 수채화 일러스트

영상 제목의 재즈 핸즈가 여기서 나온다. 손바닥을 펴고 손가락을 흔드는 그 동작이다. 생쥐귀박쥐 표본은 오래돼서 하얗게 바랬는데, 날개를 펼쳐 고정해 둔 덕분에 뼈 구조가 그대로 보인다.

박쥐 날개는 손이다. 손가락 다섯 개 가운데 네 개가 아주 길게 늘어나 날개막을 펴는 살대가 됐다. 엄지는 짧은 갈고리로 남아 기어 다니거나 매달릴 때 쓴다. 날개막은 검지에서 시작해 손가락 사이를 지나 발목에 붙고, 발목에서 꼬리로 이어져 반대편까지 돈다.

그러니 박쥐가 날갯짓하는 건 손가락을 폈다 오므렸다 하는 것과 같다. 손가락마다 따로 움직이니 날개 모양을 아주 세밀하게 바꾼다.

대신 치르는 값이 있다. 다리까지 날개막에 묶이다 보니 다리 힘이 약하다. 새처럼 땅이나 나뭇가지를 박차고 뛰어오르지 못한다. 그래서 높은 곳에 매달려 있다가 발을 놓고 떨어지면서 날개를 펴는 방식으로 이륙한다. 매달려 지내는 습성이 날개 구조와 맞물려 있는 셈이다.

날갯짓은 손가락을 폈다 오므리는 일이다. 대신 다리가 약해 뛰어오르지 못하고 떨어지면서 뜬다.

10월의 박쥐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영상 마지막 질문은 박쥐를 도우려면 무엇을 하면 되느냐다. 답이 의외로 생활에 가깝다. 정원이나 창가 화분이 있다면 작은 연못을 두고 밤에 피는 꽃을 심는다. 박쥐가 먹는 곤충이 그쪽으로 모인다.

그보다 더 크게 다루는 게 빛이다. 박쥐가 다니는 길이 밤에도 어두워야 한다. 쓰지 않는 바깥 조명을 끄고, 밤에 커튼을 쳐서 집 안 불빛이 밖으로 새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생긴다. 영국에서는 박쥐와 잠자리를 법으로 보호한다. 잠자리는 박쥐가 없을 때라도 부수면 안 된다.

시기로 보면 지금이 박쥐에게 바쁜 때다. 9월에 짝짓기를 시작하고 지방을 찌운다. 10월에는 그 지방이 겨울을 넘길 밑천이 되고, 겨울잠 잘 곳을 찾아다니며 짧게 몸을 식히는 연습을 한다. 11월이면 그 시간이 길어지고, 12월부터 2월까지는 대부분 잠들어 있다.

2월쯤이면 모아 둔 지방이 거의 바닥난다. 그래서 날이 풀린 밤에는 잠깐 나와 먹고 마신다. 늦겨울 밤에 박쥐를 봤다면 그런 사정이다.

9월 짝짓기와 지방 축적 → 10월 겨울잠 자리 찾기 → 11월 휴면 연장 → 12~2월 겨울잠.

영상에서 볼 만한 곳

  • 0분 11초부터 — 영국 박쥐는 매달리지 않는다는 첫 답. 관박쥐와 인도큰박쥐를 나란히 놓으면 덩치 차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 큰관박쥐 뒷발 클로즈업 — 힘을 빼면 오므라드는 발이 표본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 4분 29초부터 — 하루 20시간 수면 이야기. 날기가 왜 비싼 일인지가 여기서 풀린다
  • 6분 26초부터 — 하얗게 바랜 생쥐귀박쥐 표본. 손가락뼈와 발목, 꼬리까지 이어진 날개막을 따라가 보자
  • 8분 59초부터 — 연못, 밤꽃, 커튼. 박쥐를 돕는 방법이 생각보다 집 가까이에 있다

박쥐가 거꾸로 매달리는 건 멋을 부려서가 아니다. 다리가 약해 뛰어오르지 못하니 떨어지면서 날아야 하고, 그러려면 높은 데 걸려 있어야 한다. 손을 날개로 바꾼 대가가 그 자세다. 이번 겨울 어딘가에서 그 작은 발로 매달려 잠들 박쥐들을 떠올리며 영상을 한 번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