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m 차이로 바뀐 기록 — 퍼서비어런스 주행 기록 영상 속 숫자를 하나씩 맞춰봤다
NASA’s Perseverance Rover Record Drive Path Animation (as of Oct. 11, 2026) · JPLraw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화성 지도 위로 선 하나가 길게 이어진다. 2021년 2월 예제로 크레이터에 내린 로버가 지금까지 굴러간 길이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가 10월 12일 올린 1분 49초짜리 영상은 이 선 하나로 소식을 전한다. 퍼서비어런스가 다른 천체 위를 가장 멀리 달린 탈것이 됐다는 것이다. 영상 설명에 붙은 문장은 세 줄뿐인데 숫자가 여럿 들어 있다. 그 숫자들이 정말 맞는지, 어디까지 말하고 어디서 멈추는지 하나씩 대 봤다.
첫 번째 문구, 45.22km는 45.16km보다 길다 — 차이는 60m
영상이 내세우는 첫 숫자는 28.10마일, 곧 45.22km다. 앞선 기록은 오퍼튜니티가 2004년부터 2018년까지 화성에서 달린 28.06마일, 45.16km다. NASA가 같은 날 낸 발표와 숫자가 그대로 맞는다. 퍼서비어런스는 10월 11일, 임무 2,006번째 솔에 이 선을 넘었다.
두 숫자를 빼 보면 차이는 60m 남짓이다. 그런데 그날 하루에 달린 거리가 91.31m다. 기록은 하루 주행의 중간쯤, 바퀴가 몇십 m 굴러간 시점에 이미 넘어갔다는 얘기다. 영상 제목에 '10월 11일 기준'이 붙은 이유도 여기 있다. 선을 넘은 바로 그날의 누적값으로 잘라서 보여 준다.
마일로만 보면 0.04마일 차이라 어딘가 아슬아슬해 보인다. 킬로미터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건 반올림 경계에서 생긴 착시가 아니다. 그날 주행을 마친 시점에 이미 30m 넘게 앞서 있었고, 로버는 그 뒤로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 기록은 하루가 지날 때마다 벌어진다.
앞선 기록과의 차이는 60m인데, 그날 하루에만 91m를 달렸다.
두 번째 문구, 다섯 해 반과 거의 15년 — 계산은 맞고 이유는 따로 있다
영상 설명은 퍼서비어런스가 다섯 해 반 만에 달린 거리를 오퍼튜니티는 15년 가까이 걸려 달렸다고 비교한다. 날짜로 따져 보면 이렇다. 퍼서비어런스는 2021년 2월에 내려앉았으니 10월 11일까지 5년 8개월쯤 된다. 오퍼튜니티는 2004년 1월에 내려 2018년까지 5,111솔을 버텼다. 지구 시간으로 14년 반 정도다. '다섯 해 반'은 살짝 줄여 말했고 '거의 15년'은 살짝 늘려 말했지만,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바퀴가 빨라서가 아니다. 운전을 누가 하느냐가 다르다. 퍼서비어런스에는 AutoNav라는 자율주행 기능이 있다. 달리면서 앞을 찍고, 장애물 지도를 3차원으로 만들고, 지구에서 찍어 준 경유지 사이 길을 스스로 고른다. NASA는 이걸 '달리면서 생각하기'라고 부른다.
누적 거리의 90% 이상을 이 기능이 운전했다. 오퍼튜니티와 쌍둥이 스피릿은 자율주행 비중이 5% 정도였다. 나머지는 지구에서 하루치 경로를 짜서 보내고, 로버는 멈췄다 가기를 되풀이했다. 1997년 첫 화성 로버 소저너는 앞길을 판단할 때 점 20개를 쟀다. 퍼서비어런스는 한 번 볼 때마다 60만 개를 처리한다. 다섯 해 반과 15년의 차이는 사실상 이 숫자의 차이다.
빨리 달린 게 아니라, 멈추지 않고 스스로 길을 골랐다.
세 번째 문구, '다른 천체 위의 모든 탈것' — 달도 포함한 말이다
영상 설명은 이 기록을 화성 기록이라고 하지 않는다. 다른 천체 표면에서 달린 모든 탈것 가운데 1등이라고 쓴다. 범위를 화성에 가두지 않은 표현이라 달 위 기록까지 따져 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도 맞다.
달 위에서 가장 멀리 간 건 1973년 옛 소련의 무인 월면차 루노호트 2호로, 39km를 달렸다. 사람이 몬 차 가운데서는 1972년 아폴로 17호 월면차의 35.7km가 가장 길다. 퍼서비어런스는 이 두 기록을 이미 지나쳤다. 화성 쪽을 보면 스피릿이 7.7km를 달리고 2010년 겨울을 넘기지 못했고, 소저너는 83솔 동안 100m쯤 움직였다. 2012년에 게일 크레이터에 내린 큐리오시티는 38.07km를 넘겼고 지금도 달린다.
그러니 '다른 천체 위의 모든 탈것'이라는 문구는 달 위 차량까지 다 포함해도 성립한다. 한 가지 짚어 둘 점은 이 기록이 누적 거리라는 것이다. 하루에 가장 멀리 간 기록은 따로 있다. 2025년 6월 19일, 1,540번째 솔에 퍼서비어런스가 세운 411.7m다. 이 영상은 하루 기록이 아니라 다섯 해 넘게 쌓은 거리를 말한다.
루노호트 2호의 39km, 아폴로 17호의 35.7km도 이미 뒤에 있다.
영상이 말하지 않는 것 — 기록은 이제 시작이다
애초에 퍼서비어런스 임무가 잡아 둔 주행 거리는 많아야 12.4마일, 약 20km였다. 지금 그 두 배를 넘겼다. NASA는 첫 임무 연장을 승인했고, 연장 기간은 2026년 10월에 시작해 2028년 말 무렵까지 이어진다. 로버는 예제로 크레이터의 서쪽 가장자리 너머 '라크 드 샤름'이라는 지역에서 '이두비'라는 지점으로 가는 중이다. 로버가 지금까지 다닌 땅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으로, 옛날 열수 활동의 흔적을 기대하는 곳이다.
그다음 목적지는 남쪽의 '레인보 폴스'다. 예제로 크레이터를 만든 충돌 때 들어 올려진 폭 100m짜리 옛 지각 덩어리다. 가장자리에서는 약 40억 년 된 충돌 암석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모은 암석과 토양 시료는 29개다.
운전 실력도 더 오를 예정이다. 새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면 방향을 덜 틀고 더 오래 굴러가며, 달리는 중에 궤도 위성 지도와 자기 위치를 맞춰 본다. 해를 마주 보고 달릴 때 항법 카메라에 빛이 번져 오후 중반이면 차를 세워야 하는 문제도 손볼 계획이다. 1분 49초짜리 선 하나는 오늘의 기록이지만, 그 선은 내일도 길어진다.
원래 계획은 20km 이하였다. 이제 두 배를 넘겼고, 연장 임무는 2028년 말까지다.
영상에서 볼 만한 곳
- 제목의 '10월 11일 기준' — 기록을 넘긴 바로 그날의 누적값이다. 그날 하루 주행은 91.31m였다.
- 45.22km와 45.16km — 차이는 60m 남짓, 하루 주행 한 번의 중간쯤에 넘어갔다.
- 다섯 해 반 대 거의 15년 — 실제로는 5년 8개월과 14년 반쯤이다. 차이를 만든 건 누적 거리 90% 이상을 맡은 자율주행이다.
- '다른 천체 위의 모든 탈것' — 루노호트 2호(39km)와 아폴로 17호 월면차(35.7km)까지 포함해도 맞는 말이다.
- 하루 최장 기록 411.7m(2025년 6월 19일)는 별개다. 이 영상은 누적 거리 얘기다.
숫자 셋을 맞춰 보니 영상 속 문구는 모두 맞았다. 다만 '60m 차이'와 '자율주행 90%'를 알고 보면, 화면 위 선 하나가 왜 지금에서야 오퍼튜니티를 넘었는지, 또 앞으로 얼마나 더 빨리 길어질지가 같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