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지구를 다시 스쳐 가는 탐사선, 만들 때는 이랬다 — 유로파 클리퍼 제작 영상 네 편
Spacecraft Makers: Introducing Europa Clipper ·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유로파 클리퍼는 2024년 10월에 떠난 목성 탐사선입니다. 올해 12월 3일에 지구 곁을 한 번 더 스쳐 가며 속도를 얻고, 그 힘으로 2030년 4월 목성에 닿습니다. 지금은 우주에 있는 이 탐사선이 땅 위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가 3~4분짜리 영상 네 편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올라온 순서가 곧 만든 순서라, 차례대로 보면 부품 더미가 발사 직전의 탐사선이 되기까지가 한 줄로 이어집니다.
몸통만 있던 2023년 봄, 아직 반쯤 빈 탐사선
맨 위에 걸어 둔 편이 시리즈 첫 회입니다. 2023년 5월에 올라왔고 길이는 3분 47초입니다. 진행자가 프로젝트 매니저 조던 에번스, 과학 부매니저 트리나 레이와 함께 조립동에 들어갑니다. 들어가기 전에 먼저 방진복을 입는데, 화장도 향수도 안 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사람에게서 떨어지는 먼지로부터 탐사선을 지키려는 겁니다.
1분 46초쯤부터 탐사선을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짚어 줍니다. 맨 아래가 팰컨 헤비 로켓에 볼트로 붙을 자리, 그 위 원통 안에 추진제 탱크가 들어갑니다. 빨간 덮개가 씌워진 곳은 통신 장비 자리이고 나중에 커다란 고이득 안테나가 여기에 올라갑니다. 겉에 종이가 붙어 있는 게 보이는데, 단열 담요를 바느질하려고 뜬 본입니다. 탐사선 옷을 재단하는 중인 셈입니다.
카메라 이야기도 짧게 나옵니다. 가시광·적외선·자외선 카메라가 유로파를 같은 순간에 다른 파장으로 보고, 열화상 카메라가 따로 붙습니다. 트리나 레이는 열화상 카메라를 야간 투시경에 빗댑니다. 얼음 밑 바다가 움직이면 바로 위 얼음이 조금 따뜻해질 테니, 그 자리를 열로 찾겠다는 얘기입니다. 이때만 해도 계측기가 다 실리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탐사선 겉에 붙은 종이는 단열 담요를 바느질하려고 뜬 본입니다.
부품 수천 개가 한 대가 되고, 가만히 선 채 목성 궤도에 들어간다
Spacecraft Makers: Europa Clipper's Instrument Integration ·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두 번째는 2024년 3월 편입니다. 1년 사이에 탐사선 모양이 확 달라져 있습니다. 조립 담당 기계 엔지니어 스티브 바라하스가 처음에는 부품 수천 개였다고 말합니다. JPL에서 조립과 시험을 맡은 사람이 70명 가까이 됩니다. 전기 담당 팀은 안에서 '스파키'라는 별명으로 부릅니다.
조립 순서가 꽤 또렷하게 나옵니다. 전자 장비를 담은 볼트(vault)를 맨 위에 먼저 짓고,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가 따로 만들어 보낸 추진 모듈을 아래에 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이득 안테나를 올렸는데 이 작업 하나에만 8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먼지 검출기, 질량분석기, 위아래에 쌍으로 붙은 플라스마 검출기, 얼음 속을 들여다볼 투과 레이더까지 이 대목에서 하나씩 짚어 줍니다.
제일 재미있는 장면은 2분 37초부터입니다. 탐사선은 멀쩡히 서 있는데 관제 교신이 오갑니다. '시스템 시험 2'라는 단계로, 발사부터 목성 도착까지 임무 순서를 탐사선에게 그대로 겪게 하는 시험입니다. 스티브가 지금은 목성 궤도에 들어가는 중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날 아직 안 달려 있던 태양전지판은 펼치면 농구 코트 길이쯤 됩니다. 실제로는 30미터가 넘습니다.
안테나 하나를 올리는 데 8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1961년에 지은 방에서 우주를 흉내 낸다
Spacecraft Makers: Simulating Space to Test Europa Clipper ·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세 번째 편은 2024년 5월에 나왔습니다. 무대는 JPL의 우주 환경 시험실입니다. 1961년에 지었고 높이 26미터, 폭 8미터입니다. 보이저와 퍼서비어런스도 여기를 거쳐 갔습니다. 행성 탐사선으로는 NASA가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큰 기체라, 좁은 복도를 지나 이 방에 넣는 일부터가 큰일이었습니다.
기계 시스템 엔지니어 토니 리카리는 이 이동을 1년 가까이 짰다고 합니다. 누가 어디에 설지까지 미리 정했습니다. 크레인에 매달린 본체 무게가 6,000파운드, 2.7톤쯤입니다. 매달린 기체를 다루는 수단은 밧줄뿐입니다. 퍼레이드에서 풍선 인형을 붙잡는 줄 같은 것으로 사람들이 무게를 받아 가며 조금씩 밀어 넣습니다. 0분 49초에 카운트다운과 함께 '올 스톱'을 외치는 순간이 나옵니다.
문이 닫히면 펌프가 공기를 빼고, 벽을 따라 깔린 관에 액체질소를 채워 안을 영하 130도 안팎까지 식힙니다. 하루에 액체질소 트럭이 서너 대씩 들어옵니다. 햇빛은 세 층 아래 램프 37개가 만듭니다. 빛을 천장의 거울로 쏘아 올리고, 거울이 그 빛을 다시 탐사선 위로 고르게 내려 보냅니다. 태양 가까이, 먼 곳, 목성 근처 밝기를 차례로 바꿔 가며 2주 넘게 버텼고, 시험은 2024년 3월에 끝났습니다.
램프 37개의 빛이 천장 거울을 거쳐 내려와 태양 노릇을 합니다.
바깥 공기를 한 번도 마신 적 없는 탐사선
Spacecraft Makers: How We Keep Europa Clipper Super Clean ·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마지막은 발사 한 달여 전인 2024년 9월 편입니다. 첫 문장부터 눈길을 끕니다. 이 탐사선은 바깥 공기에 한 번도 닿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행성 보호 연구실의 아케미 힌저입니다. 탐사선에 붙은 세균 수를 줄이는 게 일입니다.
1분 5초부터 시료 채취 규칙이 나옵니다. 닦개 하나로 표면을 세 방향으로 훑는데, 방향마다 닦개의 다른 면을 씁니다. 연구실로 가져오면 비눗물에 넣어 흔들고, 초음파로 한 번 더 털어 냅니다. 다음이 열충격입니다. 약한 세균은 여기서 죽고 질긴 것만 남습니다. 거른 필터를 젤리 같은 배지에 올려 사흘 동안 24시간마다 군락을 셉니다. 색도 모양도 제각각인 군락이 화면에 꽤 오래 나옵니다.
아케미는 유로파의 바다를 자연보호구역에 빗댑니다. 지구 것을 아무것도 들이지 않겠다는 겁니다. 수천 번 채취한 가운데 다시 닦아 달라고 엔지니어에게 돌려보낸 경우는 열두어 번뿐이었습니다. 발사 때까지 3,000번 넘게 채취했고, 남은 포자는 35만 개 아래로 봅니다. 다 모으면 볼펜 끝의 절반쯤을 덮는 양이라는 비유로 영상이 끝납니다.
3,000번 넘게 닦아 낸 결과, 남은 포자는 볼펜 끝 절반만큼입니다.
올라온 순서대로 켜면 된다
네 편은 따로 봐도 되지만 순서대로 보는 쪽이 낫습니다. 2023년 5월 소개 편, 2024년 3월 조립 편, 5월 시험 편, 9월 멸균 편. 만든 순서와 올라온 순서가 같아서 한 편씩 넘어갈 때마다 탐사선이 눈에 띄게 자라 있습니다. 첫 편에서 빨간 덮개만 씌워져 있던 자리에 두 번째 편에서는 안테나가 올라가 있는 식입니다.
시간이 없으면 세 번째 편 하나만 골라도 됩니다. 소리 없이 매달려 들어가는 기체, 시커먼 벽, 거울로 만든 태양까지 시각적으로 제일 볼거리가 많습니다. 네 편 모두 영어 자막이 따로 달려 있고, 자동 번역으로 한국어 자막을 켜면 큰 줄기는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 영상들 속 탐사선은 그 뒤 2024년 10월 14일 팰컨 헤비에 실려 떠났고, 지난해 3월 1일 화성 상공 884킬로미터를 스쳐 가며 궤도를 꺾었습니다. 다음은 12월 3일 지구입니다. 이 근접 통과 때 자력계와 플라스마 계측기를 지구 자기장에 맞춰 보정합니다. 두 번째 편에서 하나씩 짚어 주던 바로 그 계측기들입니다. 목성에 닿으면 유로파 곁을 49번 지나갑니다.
소개 → 조립 → 우주 환경 시험 → 멸균, 올라온 순서가 곧 만든 순서입니다.
영상에서 볼 만한 곳
- 소개 편 2분 4초 — 탐사선 겉에 붙은 종이 본. 단열 담요를 바느질하려고 재단한 흔적입니다.
- 조립 편 1분 48초 — 고이득 안테나를 올린 이야기. 이 작업 하나에 8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 조립 편 2분 37초 — 가만히 선 탐사선이 '시스템 시험 2'로 목성 궤도에 들어가는 장면.
- 시험 편 2분 30초 — 세 층 아래 램프 37개와 천장 거울로 햇빛을 만드는 원리.
- 멸균 편 3분 6초 — 3,000번 넘게 채취하고 남은 포자가 볼펜 끝 절반이라는 대목.
12월 3일에 지구 곁을 지나는 건 이 네 편 속에서 방진복 입은 사람들이 바느질하고, 밧줄로 끌고, 닦개로 훑던 그 기체입니다. 그날 소식이 나오기 전에 한 번 보아 두면 뉴스 속 점 하나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