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하는 동안만 환기팬을 켜고 있다면,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여름 욕실은 아무리 닦아도 며칠이면 줄눈이 다시 거뭇해진다. 청소를 덜 해서가 아니다. 샤워가 끝난 뒤 30분을 어떻게 쓰느냐에서 갈린다. 손이 더 가는 방법도 아니고, 하던 순서를 앞뒤로 바꾸면 된다.
샤워하는 동안 켜고, 나오면서 끕니다
대개 이렇게 한다. 욕실에 들어가면서 환기팬 스위치를 누르고, 씻는 동안 계속 돌린다. 다 씻고 나오면서 스위치를 내리고 문을 닫는다. 물기야 알아서 마르겠거니 하고 그냥 둔다.
젖은 수건은 수건걸이에 걸어 두고, 발매트는 바닥에 그대로 둔다. 창문이 있으면 아침에 잠깐 열었다가, 더운 날은 냉방이 새어 나가니 닫아 둔다.
그러다 줄눈이나 실리콘이 거뭇해지면 그때 손을 댄다. 욕실 세정제를 뿌려 문지르고, 잘 안 지워지면 락스를 위에 얹는다. 둘을 같이 쓰면 더 빨리 지워질 것 같아서다.
여기까지가 흔한 순서다. 문제는 이 순서가 하필 습기를 가장 오래 붙잡아 둔다는 데 있다.
말려야 할 물은 샤워가 끝난 뒤부터 남는다.
물기가 제일 많을 때 팬이 꺼집니다

샤워 중에 올라온 수증기는 씻는 동안 다 빠져나가지 않는다. 벽과 천장, 유리와 바닥에 물방울로 맺혀 남는다. 정작 말려야 할 물은 샤워가 끝난 뒤부터 있는 셈이다. 그 시점에 팬을 끄면 습기는 갈 곳이 없다.
문을 꽉 닫아 두면 팬이 헛돈다. 배기팬은 안쪽 공기를 밖으로 밀어내는 장치라, 그만큼 새로 들어올 공기가 있어야 돈다. 문틈이 좁으면 빨아낼 공기가 없어 소리만 요란하고 습도는 그대로다.
실내 습도는 40~60%가 적당하다. 욕실처럼 물을 쓰는 자리는 60%를 넘기지 않게 두라고 본다. 물기 남은 욕실을 닫아 두면 이 선을 한참 넘긴 채로 몇 시간이 간다. 잘 마르지 않는 줄눈과 실리콘부터 자국이 남는 이유다.
장마철이나 푹푹 찌는 날 창문을 종일 열어 두는 것도 늘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바깥 공기 자체가 습한 날에는 열어 둔 창으로 습기가 들어오기도 한다.
곰팡이를 지우겠다고 세정제와 락스를 겹쳐 쓰는 것은 아예 위험하다. 락스는 다른 세제와 섞이면 염소 기체가 나온다. 물때나 찌든때용 산성 세정제와 만나면 특히 그렇다. 문 닫힌 좁은 욕실에서 그 기체를 마시면 눈과 목이 따갑다.
배기팬은 들어올 공기가 있어야 돈다. 문을 닫아 두면 소리만 난다.
물기를 먼저 걷어내고 팬을 켭니다

순서를 이렇게 바꾼다. 샤워를 마치면 벽과 유리, 바닥에 남은 물부터 걷어낸다. 스퀴지가 있으면 위에서 아래로 한 번씩 밀고, 없으면 쓰고 난 수건으로 훑어도 된다. 이 한 단계가 팬이 할 일을 절반으로 줄인다.
그다음 문을 손가락 두 개 폭쯤 열어 둔다. 활짝 열 필요는 없다. 공기가 들어올 틈만 있으면 된다.
팬은 그 상태로 30분 이상 돌린다. 샤워하는 동안이 아니라 끝난 뒤가 팬이 제일 필요한 시간이다. 타이머 스위치가 달려 있으면 맞춰 두고 잊어버리면 된다.
젖은 수건과 발매트는 욕실 밖으로 뺀다. 안에 걸어 두면 그 물이 도로 공기로 올라온다. 창문은 바깥이 덜 습한 시간에 짧게만 연다. 비 오는 날이나 한낮에는 창 대신 팬에 맡기는 쪽이 낫다.
이미 곰팡이가 앉은 자리는 일반 세정제로 먼저 닦아낸다. 그다음에 락스만 따로 올려 15~20분 두고, 물로 충분히 헹군다. 섞지 않는다. 그동안 문은 열어 두고 팬은 켜 둔다.
환풍구도 한 번은 봐야 한다. 날개와 덮개에 먼지와 비누 찌꺼기가 앉으면 같은 시간을 돌려도 빨아내는 양이 준다.
문은 손가락 두 개 폭, 팬은 샤워 뒤 30분.
며칠만 지나도 냄새부터 달라집니다
바뀌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젖어 있는 시간이다. 물기를 걷고 팬을 30분 돌리면 욕실은 다음 사람이 들어가기 전에 마른다. 닫아 둔 욕실은 다음 샤워 때까지 젖은 채로 있다. 같은 하루를 보내도 벽이 젖어 있던 시간이 몇 시간씩 차이 난다.
다른 하나는 청소 주기다. 거뭇해지고 나서 락스를 꺼내는 대신, 거뭇해지기 전에 마르게 두는 쪽으로 옮겨 간다. 곰팡이는 보이면 바로 없애는 게 맞지만, 애초에 자리를 못 잡으면 그 일 자체가 줄어든다.
냄새도 같이 잡힌다. 여름 욕실 냄새는 마르지 않은 물기와 그 위에 얹힌 것들에서 오는 몫이 크다. 며칠만 순서를 지켜도 문을 열었을 때 코에 걸리는 게 덜하다.
새로 살 것도, 돈 들 것도 없다. 스위치를 언제 내리느냐만 옮기면 된다.
정리하면
- 환기팬은 샤워하는 동안이 아니라 끝난 뒤에 30분 이상 돌린다.
- 팬을 켤 때 문을 조금 열어 둔다. 들어올 공기가 있어야 밖으로 나간다.
- 물기는 스퀴지나 쓰고 난 수건으로 먼저 걷고, 젖은 수건과 발매트는 욕실 밖으로 뺀다.
- 실내 습도는 40~60%, 욕실은 60%를 넘기지 않는 선으로 둔다.
- 락스는 다른 세제와 섞지 않는다. 세정제로 먼저 닦고 락스만 따로 15~20분 둔 뒤 헹군다.
여름 욕실은 청소를 더 자주 해서 나아지는 곳이 아니다. 젖어 있는 시간을 줄이면 청소할 일이 줄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