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V 威神V '鸢 (Vision Wings)' MV · SMTOWN (공식 채널)

아티스트  웨이션브이 (WayV)  鸢 (Vision Wings)앨범  Vision Wings (미니 8집)공개  2026-08-10

웨이션브이가 8월 10일 저녁에 미니 8집 Vision Wings를 냈습니다. 타이틀곡 제목이 한자 한 글자예요. 鸢, 솔개를 가리키는 글자입니다. 고쟁 소리와 정글 비트가 번갈아 밀고 들어오는 곡이라 처음엔 소리 쪽에 귀가 다 쏠립니다. 오늘은 그 밑에 깔린 말을 따라가 볼까 합니다. 이 글자 하나가 앨범 일곱 곡을 어떻게 묶어 두었는지가 핵심이에요.

말하는 사람은 이미 바람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곡을 가사 쪽에서 읽을 때 저는 화자가 어느 자리에서 입을 여는지부터 봅니다. 아직 올라가는 중인지, 이미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중인지에 따라 같은 문장도 완전히 달리 들리거든요.

이 곡의 화자는 뒤쪽에 가깝습니다. 제목으로 쓴 鸢이 그 자리를 미리 정해 놓아요. 솔개는 날개를 퍼덕여 앞으로 나아가는 새가 아닙니다. 상승기류를 찾아 올라탄 뒤 거의 움직이지 않고 떠 있는 새예요. 바람이 셀수록 오히려 높이 갑니다.

소속사가 붙인 설명도 그쪽을 가리킵니다. 이 글자를 폭풍 속에서 더 높이 날아오르는 존재로 놓고,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한계를 넘어서는 의지를 담았다고 적었어요. 무언가를 견디는 이야기가 아니라, 견딜 것이 있어야 올라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곡에는 설득하는 문장이 들어설 자리가 별로 없습니다. 상대를 향해 이해를 구하지도 않고, 흔들리는 마음을 길게 늘어놓지도 않아요.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고 남은 건 고도뿐이라는 태도로 시작합니다.

뮤직비디오가 이 태도를 그림으로 한 번 더 짚습니다. 멤버들이 무사 차림으로 나오고 안무에 무술 동작이 섞여 있어요. 티저 영상도 옛 무협영화의 화면 결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무술은 힘자랑하는 장르가 아니라 자세를 지키는 장르잖아요. 화자의 자리와 화면이 같은 곳을 봅니다.

솔개는 퍼덕여서 올라가는 새가 아닙니다. 바람이 셀수록 높이 가는 새예요. 화자의 자리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고쟁으로 열고 비트로 갈아타는 3분 47초

음원과 뮤직비디오 모두 3분 47초입니다. 이 안에서 소리의 성격이 한 번 크게 갈립니다.

앞쪽을 여는 건 고쟁이에요. 중국 전통 현악기이고, 줄을 뜯어 소리를 내다 보니 음이 길게 늘어지지 않고 알갱이처럼 떨어집니다. 여기에 정글 비트 기반의 힙합 프로덕션이 얹혀요. 정글은 잘게 쪼갠 드럼을 빠르게 굴리는 계열이라, 늘어지는 구간 없이 계속 앞으로 밀어붙입니다.

가사를 읽는 입장에서 이 조합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두 소리 모두 여백을 안 줘요. 고쟁은 짧게 끊어지고 비트는 쉬지 않습니다. 그러면 말도 그 위에 길게 눕지 못합니다. 문장이 짧아지고 밀도가 올라가요.

실제로 곡이 진행되는 방식도 그렇습니다. 이야기를 순서대로 들려주고 결론에 도착하는 구성이 아니에요. 같은 태도를 각도만 바꿔 여러 번 때리는 쪽입니다. 후렴에서 한 번 정리하고, 랩 구간에서 말수를 확 늘렸다가, 다시 후렴으로 돌아와요.

이번 타이틀곡은 중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 두 가지로 실렸습니다. 두 버전을 붙여 들어 보시면 이 구조가 더 잘 보여요. 언어가 바뀌면 같은 자리에 들어가는 음절 수가 달라지고, 그러면 어디를 끊어 읽는지도 달라집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 같은 뼈대를 두 번 확인하게 되는 셈입니다.

가사 전문을 옮기는 건 이 글의 방식이 아니니 넘어가지만, 처음 들으실 때 한 가지만 붙잡아 보세요. 고쟁이 앞으로 나오는 구간과 비트만 남는 구간에서 목소리의 높이가 어떻게 바뀌는지요. 그 낙차가 이 곡이 감정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고쟁은 짧게 끊어지고 비트는 쉬지 않습니다. 말이 길게 누울 자리가 없어요.

같은 소리를 여섯 번 다르게 쓴 앨범

이 앨범의 진짜 장치는 곡 하나가 아니라 곡 사이에 있습니다. 수록곡마다 한자 한 글자를 키워드로 달아 놓았는데, 그 글자들이 전부 같은 소리를 씁니다.

타이틀곡의 鸢은 솔개입니다. 그 옆으로 근원을 뜻하는 源, 완전함을 뜻하는 圆, 시작을 뜻하는 元, 소원을 뜻하는 愿, 낙원을 뜻하는 园이 놓여요. 중국어로 읽으면 여섯 글자 모두 위안이라는 한 덩어리 소리입니다. 성조가 조금씩 다를 뿐이고 뼈대는 같아요.

반복되는 이미지를 찾을 때 보통은 같은 단어가 몇 번 돌아오는지를 셉니다. 그런데 이 앨범은 단어를 반복하지 않고 소리를 반복해요. 뜻은 매번 갈아 끼웁니다. 발음이 겹치는 글자들을 골라 각각 다른 이야기를 붙여 놓은 겁니다.

묶어 놓고 보면 순환하는 모양이 나옵니다. 시작이 있고, 근원이 있고, 소원이 있고, 그 끝에 낙원과 완전함이 있어요. 그리고 그 위를 솔개가 돕니다. 높이 나는 이야기 하나만 있는 앨범이 아니라, 왜 그렇게까지 올라가려 하는지를 뒤쪽 곡들이 받아 주는 구조입니다.

그 온도 차가 실제 트랙에서도 드러납니다. 수록곡 Afterparty (5 a.m.)는 소원을 뜻하는 愿을 달고 나온 팝 발라드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그리움과, 결국 사랑하는 사람 쪽으로 향하는 마음을 다룹니다. 새벽의 쓸쓸한 공기가 그대로 깔려 있어요. 光云之境 (Heaven's Here With Me)는 낙원을 뜻하는 园 쪽입니다. 클래식한 알앤비 결의 미드템포 곡이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쉴 곳이 되어 주는 이야기예요.

타이틀곡만 떼어 들으면 세게 밀고 나가는 퍼포먼스 곡 한 편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이 두 곡을 지나온 뒤에 다시 들으면 솔개가 왜 그 높이에 있는지가 조금 달라져요. 돌아갈 곳을 정해 둔 새와 그렇지 않은 새는 같은 바람을 타도 다르게 보입니다.

단어를 반복하지 않고 소리를 반복합니다. 발음은 그대로 두고 뜻만 여섯 번 갈아 끼워요.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런 곡입니다

여기까지 온 걸 묶어 볼게요. 鸢은 버티는 곡이 아니라 바람을 쓰는 곡입니다. 나를 흔드는 것과 나를 올려 보내는 것이 같은 힘이라는 자리에서 말을 시작해요.

앨범 제목을 다시 보면 그 문장이 한 번 더 보입니다. Vision Wings, 시야와 날개를 나란히 붙여 놓은 이름이잖아요. 날개만 있으면 높이는 올라가도 방향은 안 생깁니다. 어디를 볼 것인가가 같이 있어야 비행이 되는 거예요. 앨범이 뒤쪽 곡들에 근원과 낙원 같은 글자를 배치한 이유도 여기 있다고 봅니다.

웨이션브이라는 팀에 이 소재가 놓인 자리도 짚어 둘 만합니다. 중국 활동을 축으로 삼아 온 팀이 전통 악기를 전면에 세우고 한자 한 글자를 타이틀로 내걸었어요. 소리로 보나 글자로 보나 자기 자리를 감추지 않는 선택입니다. 발매 당일 광저우에서 리스닝 파티를 연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힙니다.

곡 바깥의 일정도 이 앨범을 계속 밀어 줍니다. 9월 12일과 13일에는 서울 KBS아레나에서 콘서트 투어 BORN THIS WAY의 서울 공연이 잡혀 있어요. 무술 동작이 섞인 이번 안무가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는 그때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숫자는 하나만 덧붙일게요. 뮤직비디오는 8월 10일 저녁 공식 채널에 올라와 하룻밤 사이 12만 회를 넘겼습니다. 다만 이건 공개 직후의 관심을 가늠하는 참고치일 뿐이라, 가사를 읽는 일과는 따로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문장만 남기자면 이렇습니다. 이 곡은 높이 오르는 법을 말하는 곡이 아니라, 무엇을 보고 오르는가를 말하는 곡이에요. 그 질문의 답이 나머지 여섯 곡에 흩어져 있습니다.

나를 흔드는 것과 나를 올려 보내는 것이 같은 힘이라는 자리에서 시작하는 곡입니다.

이렇게 들으면 더 재미있다

  • 중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을 이어서 들어 보세요. 같은 자리에 들어가는 음절 수가 달라지면서 문장을 끊어 읽는 지점이 어떻게 옮겨 가는지가 드러납니다.
  • 고쟁이 앞으로 나오는 구간과 비트만 남는 구간에서 목소리의 높이를 비교해 보세요. 이 낙차가 곡이 감정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 타이틀곡 다음에 Afterparty (5 a.m.)와 光云之境 (Heaven's Here With Me)를 붙여 들어 보세요. 세게 밀고 나가던 곡이 뒤쪽 두 곡을 지난 뒤에 다르게 들립니다.
  • 수록곡에 붙은 여섯 글자를 뜻만 순서대로 훑어보셔도 좋아요. 시작과 근원에서 소원과 낙원으로 넘어가는 배치가 앨범 전체의 방향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가사 전문을 옮기지 않고 화자의 자리와 반복되는 소리만 따라가 봤습니다. 이 앨범은 곡 하나를 떼어 놓기보다 여섯 글자를 나란히 놓고 볼 때 훨씬 선명해지는 쪽이에요. 타이틀곡을 먼저 듣고, 앨범을 순서대로 한 번 통과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