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Dear my crazy soulmate, 친구 만나러 가는 길부터 틀어진 날 밤까지 어느 대목을 틀면 되나
IU 'Dear my crazy soulmate' MV · 이지금 [IU Official]
아이유 신곡이 나온 지 닷새째입니다. 9월 10일 오후 6시에 나온 디지털 싱글 이 별로부터에 두 곡이 실렸고 둘 다 타이틀곡인데, 뮤직비디오가 먼저 나온 쪽은 Dear my crazy soulmate 예요. 2분 36초짜리 록 넘버고, 유튜브 곡 소개에 「유인나에게」 한 줄이 적혀 있습니다. 짧은 곡인데 대목마다 결이 달라서, 언제 어느 부분을 틀면 좋은지 상황 넷으로 나눠 봤어요.
오랜 친구 만나러 나가는 길에는 첫 소절부터
이 곡은 제목을 그대로 부르면서 시작합니다. 편지 첫 줄을 읽듯이 상대를 부르고, 네 이야기를 하겠다고 운을 떼요. 가사의 첫 줄이 곧 제목이라, 이어폰을 꽂고 제목을 확인하는 순간 곡이 이미 인사를 건넨 셈이 됩니다.
그래서 집을 나서는 순간에 맞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현관문 닫고 첫 소절이 들어오면 그 자체로 인사가 돼요. 곡이 2분 36초라 지하철 두 정거장이면 한 번이 끝나는데, 그 길이가 오히려 좋습니다. 만나기 전에 두세 번 돌려 듣기 딱 좋은 분량이에요.
곡 배경을 조금만 짚을게요. 이 별로부터는 지난해 9월 10일에 나온 바이, 썸머 이후 정확히 1년 만의 신곡입니다. 원래는 이 시기에 정규 6집이 나올 계획이었는데, 7월에 이관개방증이 나빠져서 9월 고양 스타디움 공연을 취소하고 앨범도 미뤘어요. 그 대신 완성된 두 곡을 먼저 꺼낸 게 이번 싱글입니다.
두 곡 다 아이유가 직접 가사를 썼습니다. 이 별로부터는 구름과 SUMIN이 곡을 썼고 3분 45초, Dear my crazy soulmate 는 마이아 라이트를 비롯한 해외 작곡가 넷이 만들고 Medium이 편곡했고 2분 36초예요. 유인나를 생각하며 쓴 곡은 2021년 조각집에 실린 너 다음으로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줄이 곧 제목이고 그 제목이 상대를 부르는 말이라, 문 닫고 나서는 순간에 틀면 인사가 됩니다.
퇴근길에 일 생각을 끊고 싶으면 1절 뒤쪽
1절은 친구가 오늘도 자기가 이상하다고 털어놓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실망했지, 하는 말까지 같이요. 화자는 그 말을 받아서 내 앞에서는 평생 이상해도 된다고, 그래서 더 좋다고 답합니다. 여기까지는 잔잔하게 갑니다.
그다음 대목이 이 곡에서 제일 시원한 부분입니다. 여기서는 연애 얘기도 흥미 없고, 일이나 미운 사람 얘기는 다 잊어버리자고 해요. 그리고 꿈이 뭐냐면 둘이 같이 이상한 할머니가 되는 거라고 합니다. 가사가 여기서 한 단 가벼워져요.
퇴근길에 이 대목이 맞는 이유가 그겁니다. 회사에서 나온 직후에는 머릿속이 아직 일 생각으로 차 있잖아요. 그걸 가사가 대신 밀어내 줍니다. 하루치 미움을 그 자리에서 내려놓으라고 하는데, 훈계조가 아니라 친구가 옆에서 툭 던지는 말투예요.
이 곡이 나온 첫날 성적도 그 결과 맞았어요. 발매 당일 멜론 HOT100과 벅스 실시간 차트 2위, 지니 TOP200 3위였습니다. 같은 날 짝꿍인 이 별로부터가 그 셋에서 전부 1위였으니, 두 곡이 나란히 맨 위 칸을 나눠 가진 셈이에요. 11일에는 이 별로부터가 멜론 TOP100 1위까지 올라갔습니다.
일도 미움도 잊고 같이 이상한 할머니가 되자는 대목이, 퇴근 직후의 머릿속을 비워 줍니다.
창문 열고 달릴 때는 후렴, 그리고 끝의 반복
후렴은 제목을 다시 부르면서 옵니다. 세상이 우리를 포기할 때까지 이대로 둘만 있자, 그래서 우리가 최고의 소울메이트다, 이런 내용이에요. 큰 서사 없이 한 문장을 밀어붙이는 후렴이라 따라 부르기 쉽습니다.
친구를 옆에 태우고 창문 열고 달릴 때는 이 후렴이 맞아요. 두 사람이 같이 목청 높여 부를 수 있는 구간이 여기거든요. 2절은 선물 받은 웃긴 티셔츠를 입겠다는 얘기, 장난치는 걸 보며 웃어 줄 때가 제일 좋다는 얘기로 이어지는데, 후렴에서 올라간 기분을 그대로 받아 줍니다.
곡 끝이 특히 드라이브용이에요. 마지막 후렴 앞에 너와 나, 최고의 소울메이트라는 한 줄을 조금씩 말만 바꿔 네 번 반복합니다. 짧은 곡을 억지로 늘리려는 반복이 아니라, 정말로 말할 게 그것뿐이라는 듯한 반복이에요. 고속도로에서 이 구간이 나오면 창문을 더 열게 됩니다.
뮤직비디오 반응도 이 후렴에 몰려 있습니다. 공개 나흘 조금 지난 15일 새벽에 조회수가 1,491만 회, 좋아요가 20만 개예요. 뮤직비디오 길이는 3분 31초로 곡보다 55초가 깁니다. 그 차이가 어디서 나는지는 다음 상황에서 얘기할게요.
말할 게 그것뿐이라는 듯 같은 한 줄을 네 번 반복하는 끝부분이, 창문 열고 달리는 길에 제일 잘 붙습니다.
친구와 사소하게 틀어진 날 밤에는 브릿지, 그다음엔 뮤직비디오
이 곡에는 짧은 브릿지가 하나 있습니다. 겁 많은 고양이한테 말 걸듯이, 걱정 말라고 하는 대목이에요.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너를 위해서 장난을 치겠다고 합니다. 앞의 후렴이 둘이 같이 소리 지르는 구간이라면, 여기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한테만 하는 말이에요.
친구랑 별것 아닌 일로 틀어진 날 밤에 이 대목이 맞습니다. 사과 문자를 쓰다 지우다 하는 시간에 틀어 두면, 심각한 말 대신 장난 한 번이 답이라는 걸 곡이 먼저 보여 줘요.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고백을 피합니다. 그게 이 곡이 우정을 다루는 방식이에요.
그러고 나서 새벽에 뮤직비디오를 보면 됩니다. 곡보다 55초 긴 이유가 여기 있어요. 영상에는 김영옥, 나문희, 이솜, 심달기가 나오고, 아이유는 조연 비중입니다. 생일을 같이 못 보내게 된 친구를 만나려고 엉뚱한 방법으로 교도소에 들어가는 영옥과, 그 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일하는 문희의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가사가 말한 이상한 할머니 둘이 화면에 그대로 있습니다. 노래 안에서는 꿈으로 말한 장면을 영상은 이미 이뤄진 뒤의 시간으로 보여 줘요. 가사만 듣고 귀여운 우정 노래라고 넘겼다가 영상에서 두 노배우의 얼굴을 보면 곡이 한 번 더 무거워집니다. 밤에 혼자 보기에 맞는 이유예요.
짝꿍 곡 얘기로 마무리할게요. 이 별로부터는 제목을 붙여 읽으면 이별로부터가 되고, 띄어 읽으면 이 별로부터가 됩니다. 영어 제목이 Unknown Planet 이에요. 한 곡은 관계를 떠나보내는 노래고 한 곡은 곁에 남는 노래라, 같은 싱글에 반대 방향의 두 곡이 실린 셈입니다. 그쪽 뮤직비디오는 16일 0시에 나옵니다.
가사가 꿈이라고 말한 이상한 할머니 둘을, 뮤직비디오는 김영옥과 나문희의 얼굴로 이미 이뤄진 시간처럼 보여 줍니다.
이렇게 들으면 더 재미있다
- 첫 소절과 후렴이 같은 제목 한 줄로 시작합니다. 처음엔 편지 첫 줄처럼, 후렴에선 구호처럼 들리는데 같은 말이라는 걸 알고 들으면 곡이 어떻게 부풀어 오르는지 보여요.
- 1절 뒤쪽에서 일과 미움을 잊자고 하는 대목과, 브릿지에서 세상이 무너져도 장난치겠다는 대목을 이어서 들어 보세요. 같은 말을 낮에 하는 버전과 밤에 하는 버전입니다.
- 뮤직비디오는 곡보다 55초 깁니다. 노래가 들어오기 전과 끝난 뒤의 장면만 따로 보면, 김영옥과 나문희가 왜 주연이고 아이유가 왜 조연인지가 잡힙니다.
네 상황 다 이 곡 하나로 돌려 막았는데, 사실 2분 36초라 그냥 통째로 여러 번 듣게 됩니다. 내일 0시에 짝꿍 곡 이 별로부터의 뮤직비디오가 나오면 그때는 반대 방향으로 한 편 더 쓸 거리가 생기겠어요. 우선은 이 곡부터, 친구한테 보내 놓고 들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