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계산보다 조금 빨리 부푼다 — NASA 고다드가 올린 허블 텐션 영상 5분 30초
Why The Universe Doesn’t Add Up (And How We’re Going To Try To Figure It Out) · NASA Goddard
우주가 얼마나 빨리 부푸는지 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아주 먼 옛날 우주가 남긴 빛에서 거꾸로 계산하는 방법, 그리고 가까운 은하까지 거리를 하나하나 재서 지금 속도를 직접 구하는 방법. 둘이 같은 답을 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직접 잰 쪽이 5~9% 빠르게 나온다. 천문학자들은 이걸 허블 텐션이라고 부른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가 10월 26일에 이 문제만 다룬 5분 30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허블 망원경이 이 수수께끼를 어떻게 키웠는지, 두 달 전에 올라간 로먼 망원경이 여기서 무엇을 맡을지가 들어 있다.
과학자 두 사람이 번갈아 말하는 5분 30초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면 '우주는 왜 계산이 안 맞을까, 그리고 그걸 어떻게 풀어 볼 것인가' 정도다. 화려한 CG 를 이어 붙인 홍보 영상이 아니다. 허블 임무를 오래 맡아 온 제니퍼 와이즈먼과 로먼 망원경 쪽 줄리 매케너리, 두 과학자가 카메라 앞에서 차례로 이야기하고 그 사이사이에 은하와 초신성 장면이 끼어든다.
영상은 결론부터 던지고 시작한다. 허블 같은 망원경이 재는 지금의 팽창 속도가 초기 우주에서 예측한 값보다 조금 빠르다는 것. 그다음 30년을 거슬러 올라가 허블이 왜 이 숫자를 잴 수 있게 됐는지 설명하고, 마지막 2분을 로먼에 쓴다. 앞에서 문제를 깔고 뒤에서 그걸 풀 도구를 보여 주는 구성이라 흐름이 단순하다.
NASA 과학 영상 스튜디오 페이지에 같은 영상이 4K 와 세로형으로도 올라가 있고, 영어 자막 파일도 따로 받을 수 있다. 말이 빠르지 않고 전문 용어도 허블 상수, 암흑에너지, 우주배경복사 정도라 영어 자막을 켜고 봐도 따라갈 만하다.
앞 3분은 문제를 깔고, 뒤 2분은 그걸 풀 망원경을 보여 준다.
우주 나이가 두 배씩 흔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허블 망원경이 올라가기 전에는 우주 나이부터가 불확실했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건 에드윈 허블 때부터 알았다.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는 속도를 보고 테이프를 거꾸로 감듯 시간을 되돌리면 대략적인 나이가 나온다. 문제는 은하까지 거리를 제대로 잴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답이 두 배쯤 흔들렸다. 수십억 년인지 300억 년인지 몰랐다고 영상에서 와이즈먼이 회상한다.
허블은 이 거리를 재는 데 강했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밝기가 오르내리는 주기를 보면 원래 밝기를 알 수 있다. 원래 밝기를 알면 보이는 밝기와 비교해 거리가 나온다. 이 별로 가까운 은하의 거리를 맞추고, 그 은하에서 터진 Ia형 초신성으로 더 먼 은하의 거리를 잇는다. 이렇게 사다리를 놓듯 거리를 넓혀 가서 지금은 팽창률을 1% 남짓한 정밀도로 잰다. 우주 나이도 약 138억 년으로 좁혀졌다.
그러다 1990년대 말에 예상 못 한 결과가 나왔다. 최근 수십억 년 동안 팽창이 오히려 빨라지고 있었다. 이 발견은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무엇이 우주를 밀어내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일단 '암흑에너지'라는 이름표만 붙여 뒀다. 모르지만 분명히 있다는 것, 영상에서 와이즈먼이 강조하는 대목이 여기다. 지금 계산으로는 우주의 68% 가 암흑에너지, 27% 가 암흑물질이고, 별과 행성과 우리를 이루는 보통 물질은 5% 뿐이다.
허블 전에는 우주 나이가 두 배씩 흔들렸다. 지금은 팽창률을 1% 남짓한 정밀도로 잰다.
옛 우주로 계산한 값과 지금 잰 값이 맞지 않는다

영상의 한가운데, 2분쯤부터가 허블 텐션 이야기다. 한쪽은 우주배경복사, 빅뱅 직후 우주가 남긴 빛을 재서 초기 우주의 팽창률을 정하고, 지금 쓰는 우주 모형에 넣어 오늘의 팽창률을 계산한다. 다른 쪽은 위에서 말한 세페이드와 초신성 사다리로 가까운 우주의 팽창률을 직접 잰다. 두 값이 어긋난다. 직접 잰 쪽이 5~9% 빠르다.
처음엔 측정 실수를 의심했다. 그래서 같은 측정을 몇 번이고 다시 했다. 2024년에는 제임스 웹 망원경이 은하 다섯 곳에서 세페이드 변광성 약 1,000개를 다시 들여다봤다. 가장 먼 은하인 NGC 5468 은 1억 3천만 광년 떨어져 있다. 결과는 허블이 잰 값 그대로였다. 측정 오차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매케너리는 이 어긋남이 큰 차이는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차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남는 건 두 가지다. 초기 우주를 재는 방식에 빠진 게 있거나, 둘을 잇는 우주 모형에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거나. 영상은 둘 중 어느 쪽인지 답하지 않는다. 대신 이 상황이 왜 반가운지를 말한다. 뭔가 틀렸다는 건 새로 배울 게 있다는 뜻이니까.
같은 측정을 여러 번, 다른 망원경으로도 반복했다. 어긋남은 그대로 남았다.
마지막 2분은 로먼 이야기, 그래서 지금 볼 만하다
3분 26초부터 로먼 망원경이 나온다. 로먼은 처음부터 암흑에너지를 연구하려고 설계한 망원경이다. 매케너리는 설계할 때만 해도 '우주 상수가 상수가 아닐 수 있다'는 증거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그런데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보도록 맞춘 장비라, 어떤 우주 모형이 맞는지 가려낼 자료를 모으기에 딱 맞는 도구가 됐다.
로먼은 8월 30일에 스페이스X 발사체에 실려 올라갔다. 한 번에 보는 하늘이 허블보다 100배 이상 넓다. 주 장비인 광시야 장비는 3억 화소 적외선 카메라다. 9월에 장비를 켜고 초점을 맞추는 작업을 거쳐 10월 22일에 과학 시운전 단계에 들어갔고, 본격적인 관측은 2027년 초에 시작한다. 영상이 올라온 시점이 딱 그 사이다. 첫 성과가 나오기 전에 이 망원경이 무엇을 노리는지 미리 알 수 있다.
끝부분에서 매케너리가 로먼을 '발견하는 기계'라고 부른다. 이미 아는 천체를 겨누는 게 아니라 넓은 하늘을 통째로 지도처럼 훑기 때문에, 찾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까지 걸린다는 얘기다. 무엇을 찾을지는 자기도 전혀 모른다고 웃으며 말하는데, 그 장면이 이 영상에서 가장 솔직하다. 5분 30초 동안 결론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지금 우주론에서 무엇이 열려 있는지는 정확히 보여 준다.
로먼은 아는 천체를 겨누지 않고 하늘을 통째로 훑는다. 그래서 찾으려 하지 않은 것까지 걸린다.
영상에서 볼 만한 곳
- 첫 30초. 허블 텐션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시작한다. 여기만 봐도 문제가 잡힌다
- 0분 50초 무렵, 우주 나이가 수십억 년인지 300억 년인지 몰랐다는 회상. 허블이 무엇을 바꿨는지 가장 잘 보이는 대목이다
- 2분 6초부터 이어지는 두 측정법 비교. 우주배경복사와 세페이드·초신성이 어떻게 다른 답을 내는지 여기서 나온다
- 3분 26초, 로먼이 원래 암흑에너지를 보려고 만든 망원경이라는 설명. 텐션을 풀 도구가 우연히 손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 4분 44초 뒤 '발견하는 기계'라는 말. 결론 대신 무엇을 모르는지로 끝나는 마무리다
우주가 계산보다 5~9% 빨리 부푼다는 건 숫자로는 작아 보인다. 그런데 그 작은 차이를 없애지 못해서 30년 넘게 같은 측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로먼의 본 관측은 내년 초에 시작한다. 그 첫 결과가 나왔을 때 무엇이 걸렸는지 바로 알아채려면, 이 5분 30초를 먼저 봐 두는 편이 낫다.



